인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사는가? 이런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전형적인 에세이집이다. 그러나 저자 지셴린(季羨林)은 결코 전형적이지 않다. 2009년 아흔여덟 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는 중국인의 스승으로 널리 존경받았다. ‘나라의 큰 어르신’이라고나 할까. 독일에서 인도학과 고대 언어학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고 베이징 대학 교수, 중국과학원 철학사회과학부 위원, 베이징 대학 부총장 등을 지내면서 많은 연구 업적을 쌓았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인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사는가? 지셴린은 답한다. “글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는 인생에 대한 질문의 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생의 의미와 가치는? 그의 대답은 확고하다. “인생에 정말로 의미와 가치가 있다면 인간 사회가 앞으로 꾸준히 발전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행운과 불행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행운과 불행은 서로 통한다. 행운이 찾아왔을 때는 불행이 올 것을 생각해 지나치게 기뻐하지 말라. 또 불행이 왔을 때는 행운이 찾아올 것을 생각해 지나치게 낙심하지 말라.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또한 장수의 비법이기도 하다.’ 문화대혁명 시기 지셴린은 오랜 기간 감금당한 상황에서 고대 산스크리트 서사시를 중국어로 번역했다. 이런 경험이 삶의 행·불행에 대한 달관과 평정심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사실 이 책에 실린 글의 내용 대부분은 평범하다면 평범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말로도 보인다. 그러나 그 ‘아무나’가 다른 사람이 아닌 지셴린이기에 그 울림이 크고 깊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바른 삶의 태도로 장수한 어르신들은 그 연륜 자체가 요즘 말로 강한 ‘포스’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런 포스를 지닌 어르신을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고 보면, 평범한 이 책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중국인의 스승으로 널리 존경받는 지셴린 박사.

“정직과 인내가 가정을 화목하게 한다”

“다른 사람을 바보로 여기는 진짜 바보는 요즘 들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스스로를 똑똑하다 여기지 않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도 바보가 되지 않는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니 세심하게 가꾸어야 한다. 가정이 화목해질 수 있는 방법은 정직과 인내뿐이다.” “다른 이의 존경을 받고 싶다면 당신에게 그럴 만한 자질이 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그저 자기 나이만 믿고 유세를 부리면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의 글과 생각은 간단명료하고 솔직담백하다. 알싸한 고추냉이 맛이 아니라 담백한 나물 맛이다. 지셴린은 첫머리에 글의 주제, 소재, 때로는 일종의 결론까지 명료하게 제시하고 시작한다. “천하에 바보가 있을까? 있다.” “사람들은 모두 완벽한 인생을 추구한다.

그러나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뒤져보아도 100% 완벽한 인생이란 없다.” “두보는 그의 유명한 ‘곡강시’에서 ‘예로부터 일흔까지 사는 것은 드무노니’라고 읊었다.” 질문으로 시작하거나 확신에 찬 단정으로, 때로는 고전 인용으로 글의 방향을 확실하게 다잡고 시작하는 셈이다. 울림이 큰 글을 쓰는 데 효과적인 방안이라 하겠다.

기자명 표정훈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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