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위)은 일본 만화 〈꼴찌, 도쿄 대학 가다〉가 원작임을 매회 밝힌다. 따라서 〈공부의 신〉이 일본 드라마를 베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KBS 월화 드라마 〈공부의 신〉(연출 유현기·극본 윤경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논란이지만 언론에서는 주로 비판이 거세다. 비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공부의 신〉이 학벌지상주의와 주입식 교육을 설파하는 퇴행적 내용을 담고 있고, 학원재벌 홍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 드라마를 베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 타당할까? 타당하지 않다. 〈공부의 신〉에 염려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공부의 신〉에 제기되는 모든 비판을 정당화해주는 건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드라마’라고 해서 곧바로 ‘퇴행적 드라마’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공부의 신〉에 쏟아지는 거센 비난은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가장 황당한 것은 일본 드라마를 베꼈다는 비난이다. 리메이크와 베끼기의 차이를 진정 모르는 걸까. 〈공부의 신〉은 일본 만화 〈꼴찌, 도쿄 대학 가다〉가 원작이며, 2005년 일본에서 〈드래곤 자쿠라〉라는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베끼기라는 비난이 성립하려면 〈공부의 신〉 제작진이 이 같은 사실을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았어야 한다. 하지만 매번 방송 때 〈공부의 신〉은 〈꼴찌, 도쿄 대학 가다〉가 원작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건 부당한 비판이다.

편파 뉴스에 눈감고 ‘공신’ 문제 삼는 KBS 노조

학벌지상주의와 주입식 교육을 강조한다는 비난도 있다. 여기에는 변호사 강석호(김수로)와 수학교사 차기봉(변희봉) 등으로 대변되는 입시 위주·주입식 교육 설파 내용이 한몫한다. 특히 경쟁지상주의적인 MB 정부 교육정책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단정은 이르다. 일각의 염려는 이해하지만 〈공부의 신〉을 이런 가능성만으로 ‘단죄’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 〈공부의 신〉은 우리 사회의 ‘꼴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드러내면서 성찰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병문고 교사 한수정(배두나)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강석호의 ‘주입식 교육’이 담지 못하는 ‘인간교육’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장치도 심어놓았다. ‘꼴찌’에 대한 편견이 구조화한 사회에서 ‘원칙과 이상’이 아이들을 위한다고 볼 수 있을까. 〈공부의 신〉은 그런 현실적 딜레마에 대해 생각할 여지도 남기고 있다.

특정 학원재벌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부의 신〉은 드라마 제작에 대성N스쿨 2억원 등 6개 업체로부터 모두 11억200만원의 협찬을 받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 중간에 대성N스쿨의 간접광고가 노출되면서 ‘학원재벌 홍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타당한 지적이긴 하지만 과한 비판이란 생각이 든다. 협찬사에 대한 드라마 일부 간접광고는 더 이상 낯선 관행이 아니다. 면죄부를 주자는 건 아니지만 윤리적 단죄만으로 비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만약 〈공부의 신〉이 간접광고를 노골적으로 했다면 이런 비판에 지지를 보내겠지만 〈공부의 신〉은 통상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찌됐든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공부의 신〉 논란과 관련해 공정방송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공부의 신〉이 ‘공정한 방송’을 하는지 노사 테이블 위에까지 올라가게 된 셈이다. 노조 본연의 역할에 속하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그동안 KBS 뉴스와 프로그램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할 때 KBS 노조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공부의 신〉에 대한 KBS 노조의 ‘공세적 비판’은 이례적이다. 혹 뉴스나 시사교양보다 드라마가 ‘만만하기’에 그런 건 아닐까. 노파심에서 하는 얘기다.

기자명 민임동기 (〈PD저널〉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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