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혜연씨(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는 사회에 이로운 ‘혁신 아이디어’를 찾는 연구원이다. 2007년 가을에도 그녀는 한창 아이디어 사냥 중이었다. 그때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불만 합창단! 호기심이 동한 그녀는 사이트를 방문해 10여 곡의 불만 합창곡을 모두 감상했다. 그러자 불만+합창이라는 어색한 융합이 만들어내는 화학적 변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뜻밖에도 킬킬거리며 웃게 되고 가슴이 후련했던 것’이다.

혁신 아이디어로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한 그녀는 내친김에 불만합창단을 조직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전에 우선 독일에 가서 창시자 텔레르보 칼라이넨(핀란드 예술가)과 올리버 코차 칼라이넨 부부를 만나 ‘창단 비법’부터 전수받았다. 2008년 5월, 그녀는 곽현지씨 등과 함께 불만합창단 설명회를 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전국의 8개 단체가 참가 신청을 했고, 마침내 10월11일 ‘불만 있어? 그럼 노래해?’라는 도발적인 카피를 내걸고 ‘불만합창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10~70대가 뒤섞인 장애인 야학생, 서울 북아현동 주민, 진주 아줌마들, 촛불 누리꾼으로 구성된 합창단들은 사소하고 작은 불편, 편견이나 무지에서 오는 고단함과 속상함 등을 노래로 불렀다. 틀리면 틀리는 대로,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노래를 부르자 해방감이 커졌고,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들이 툭툭 떨어져 나갔다.

〈불만 합창단〉은 그 기발하고 행복했던 순간을 낱낱이 기록한 책이다. 곽현지 연구원과 기록을 정리하면서 김이혜연씨는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하고 행복해하던 기억이 떠올라, 꽤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올가을 그 신나는 무대를 다시 꾸린다니, 불만 많은 사람은 주목하시라!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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