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리더다]는 정관용 교수(위)가 묻고 윤여준·이해찬·남재희·김종인 씨가 답한 내용을 묶었다.

시사 평론가이자 텔레비전 토론 사회자로 활동한 정관용 교수(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가 윤여준·이해찬·남재희·김종인 네 사람을 만났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셈이며, 장관과 국회의원 등 고위직을 역임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12년 대선 전망. 윤여준씨를 제외한 세 사람은 현재 여권의 승리를 전망했다. 야권에는 유력한 인물이 없고, 10년 여당 생활에서 젖은 타성과 안일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사실상의 자성론이기도 한 이해찬씨의 진단이다. 윤여준씨는 한국 정치의 변화무쌍한 역동성 때문에 현재로서는 전망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여권의 승리가 유망하다면 인물은? 박근혜·김문수·정몽준 등이 거론되었다. 2012년 대선의 이슈는? 통일을 향한 비전(윤여준), 세종시 문제를 비롯한 정치 현안(남재희), 글로벌한 이슈(김종인) 등으로 전망이 달랐다.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예비 주자인 박근혜 의원에 대한 견해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에 매달리다가는 ‘박근혜 리더십’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리더십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윤여준), 박정희 노선의 노스탤지어(향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며 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충고(남재희) 등은 박 의원 자신뿐 아니라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경청할 만하다.

최대 이슈로 떠오른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참여정부 출신 이해찬 전 총리 외에 세 사람이 세종시가 애당초 잘못된 정책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 과정과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방향과 골격을 치밀하게 만들어놓고 절차와 법률에 따라 수정해야 하는데, 정부의 자세는 밀어붙이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세종시 문제가 다음 대선 때까지도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세종시 문제, 대선 때까지 논란 지속될 것”

개헌과 행정구역·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4년 중임제(윤여준), 대통령과 총리가 책임을 나눠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이해찬), 내각제도 고려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헌이 어려우리라는 의견(남재희), 정치 혼란이 올 수 있어 개헌을 거론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김종인) 등으로 각기 달랐다. 행정구역과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정치권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행정상의 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책 제목대로 ‘문제는 리더’라면 리더는 어떠해야 하는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도덕성을 갖추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윤여준). 외교·안보·경제에 대한 식견을 갖추고 이익집단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주변이 간단하고 탐욕이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김종인).

그 밖에도 과거에는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사회 통합이 정부의 과제이며, 한국 경제의 방향은 미국이 아닌 독일식·유럽식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생각(김종인), 사회 주요 세력 간 힘의 균형이 깨진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며, 진보 정당의 성장이 우리 정치의 돌파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남재희)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결국 모든 문제는 정치로 수렴되고 우리 현실에서 정치 문제는 곧 리더의 문제라는 공통된 지적이, 정치가 실종된 작금의 현실과 겹치면서 뼈아픈 일갈로 다가온다.

기자명 표정훈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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