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1가구 1펀드 시대가 개막되면서 1000포인트에서 출발한 주가지수가 2년5개월 만에 한때 2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아직 주가가 요동치고 있으나 희망적인 전망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투자의 시대라고 한다. 투자는 이제 우리 시대 코드이며 트렌드다. 한편에서는 제로 수준의 실질금리와 고령화가 어쩔 수 없이 ‘투자’를 하게끔 만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투자를 통해 ‘저축’(투자에 대비되는 개념)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

펀드 시대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의 펀드 계좌 수는 현재 1천8백만 개에 이르러 1천6백만이 채 되지 않는 가구 수를 지난 6월 추월했다. 명실상부한 1가구 1펀드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1천8백만 펀드 중에서 적립식 펀드가 1천1백만에 이르며 이들 펀드를 통해 매달 4조원 가까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자금이 1000포인트에서 출발한 주가지수를 2년5개월 만에 2000포인트를 돌파하게끔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그때가 지난 7월 말이었다.

그 무렵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사상 최대의 낙폭으로 주가가 떨어졌고 ‘검은 금요일’이 이어졌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보다는 주가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변곡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은 희망적인 전망들이 대세이다. 우선,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성장함으로써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가 1/4분기를 저점으로 2/4분기 이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돈이 갈 곳이 없는, 이른바 풍선 효과 또한 주식시장으로서는 긍정적이다. 저금리 탓에 예금은 이제 매력적인 자금 운용 수단이 아니며, 부동산 시장 또한 갖은 악재에 힘겨워하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의 가격 억제 효과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현실화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산업 구조와 인구 구조의 변화도 부동산 시장으로서는 크나큰 짐이다.

연기금의 주식 투자 확대도 호재이며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 완화도 증시에는 든든한 우군이다. 일례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운용비중은 현행 13.6%(±3%)에서 향후 5년간 20%로 확대될 것이다.

더욱이 우리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아직도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 기업의 PER는 예상 이익 기준으로 2007년 13.1배, 2008년 11.3배로 이머징 시장의 평균인 15배보다 훨씬 낮으며, 전세계 시장 평균보다 20% 이상 할인된 수준이다. 앞으로 그만큼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지표 좋은데 왜 체감 경기는 겨울일까

다른 의견도 있다. 가치주 위주로 투자하는 투자자문사에서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과거의 기준으로는 요즘 살 만한 주식을 찾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싼 주식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어떤 주식들은 향후 10년 이상 10~20%씩 꼬박꼬박 성장해야 겨우 주가와 자산 가치가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주가가 기업 가치를 먼저 반영한 결과다.

저(低)PER의 개념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비교 대상이 되는 글로벌 시장 또한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어 가파르게 상승해왔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예만 보더라도 매년 10% 이상 성장했다고는 해도 최근 수년 동안 주가 상승은 그 몇 배에 이르고 있다. 비교 대상인 글로벌 주가에 거품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우리 주가가 싸다는 것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이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주가는 싸기도 하고, 싸지 않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을 살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있는 주식을 모두 팔아 채권 투자로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그늘에서 시달려왔으며, 지난 수년간의 주가 상승은 그런 우리 기업에 대한 일종의 재평가(revaluation)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재평가 과정은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간다고 봐야겠지만 우리 기업의 성장과 발전, 이익 모멘텀의 보강에 힘입어 앞으로도 당분간 주가는 ‘상승’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상장 기업들의 예상 성장률은 고무적이다. 5%만 되면 성공이라는 GDP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한 증권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상장 기업들은 매년 15% 안팎의 이익 성장이 예상된다.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우량 기업의 경우에는 연평균 10% 수준의 성장은 너끈해 보인다. 특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이것이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계 경제 질서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과거 40% 이내였던 백화점·대형 할인마트의 소매시장 점유율이 현재는 70%에 이르고 있다. 이와 반대로 동네 식당의 80%는 망하고, 15%는 투자 원금만 간신히 건진 뒤 손들고 물러나며, 나머지 5%만 돈을 번다. 조기 퇴직자와 구직 포기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음료업·식료업 창업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데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동네 구석구석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경제지표는 좋은데 체감 경기는 아직 겨울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비상장 기업보다 상장 기업, 그중에서도 코스피 200 기업, 또 그 중에서도 핵심 우량 기업의 성장은 GDP(국내총생산) 성장을 훨씬 웃돌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는 세계적인 자금 흐름에 맞추어 우리 자신의 ‘귀한 돈’을 ‘세계 경제의 우등생’에 투자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저금리로 인한 기업 가치의 증대 또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흔히 기업의 가치는 현재 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순자산(자산·부채)에, 앞으로 그 기업이 벌어들일 모든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값을 더해서 계산한다.

한국 기업의 이익변동률, 프랑스와 비슷

이때 적용되는 할인율은 그 기업의 평균 자금조달 비용임은 물론이다. 구체적인 산출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기법이 있지만, 기업 가치를 구하는 모든 방법은 기본적으로 이런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값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것이 적정 주가다. 때문에 그 기업이 장래에 벌어들일 현금 흐름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현재 가치를 구할 때 사용하는 할인율, 즉 평균 자금조달 비용이 작아지면 기업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금리는 투자를 촉진하고 이자 비용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만, 이처럼 기업 가치를 증대시킴으로써 주가를 끌어올리는 구실도 한다.

ⓒAP Photo대세 상승으로 갈 때 걸림돌이 될 뇌관이 곳곳에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여진과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 중국의 금융 긴축 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기업의 체질이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화되었다. 시장 경쟁력 강화로 상장사의 이익 변동성은 크게 줄어들었으며, 5백%를 웃돌던 평균 부채비율은 1백%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의 기업조사 전문회사 IBES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이익변동률은 50%(표준 편차)로 미국·영국보다는 높지만 프랑스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경쟁국 일본·타이완보다는 오히려 낮다. 약간의 부침은 있겠지만,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고 주가가 흔들릴 확률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외부 변수에 대한 내성도 커졌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철강·조선 등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의 약진은 여전하다. 환율이 내리는 과정에서 ‘1달러당 1천2백원 이하는 안 된다’, ‘1천100원이면 손익분기점이다’라며 걱정을 했지만 그렇다고 중소기업을 제외하고 대기업 중에 문닫은 기업이 몇 개나 되는가? 꿋꿋이 버티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등 대책을 수립하고 있지 않은가?

변동성 축소와 낮은 금리는 1980년대 미국 상황과 비슷하다. 미국이 두 차례 오일 쇼크 이후 한때 불안했던 경제가 1980년대 들어 인플레이션 완화, 저금리 기조의 정착과 더불어 다우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섰듯이,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IT와 버블 붕괴의 시련을 거치면서 경기의 변동성이 축소되고 금리도 안정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금리가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위험 요인을 줄여줌으로써 증시에 우호적인 조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국민소득 향상과 축적된 자금에 힘입어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 구조가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점도 증시에 귀한 자산이 되고 있다. 1000포인트를 돌파했던 미국(1972년)과 한국(1989년)의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5천 달러를 상회했으며, 2000포인트를 넘어선 미국(1987년)과 한국(2007년)이 모두 2만 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공통분모’는 우리 시장의 현재 상황을 요약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시장도 다우(DOW)처럼 1만포인트까지 달려갈 수 있을까? 또 3000포인트까지 가는 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특히 외생 변수가 걱정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충격을 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 중국의 금융 긴축 등 ‘시한 폭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현재진행형으로 관련 파생 상품을 감안할 때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 특히 문제다. 주식 시장은 노출된 악재보다 불확실성을 더 싫어한다고 하지 않는가? 미국 정책당국의 금리 인하 의지에 따라 혼란이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 내 주택 경기의 퇴조는 물론 소비 위축·경기 후퇴와 성장의 둔화 등 미국 경제는 물론 전세계 시장이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이번의 쓰라린 경험으로 인해 위험 자산을 회피하고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주식 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그동안 번 것 한 방에 날릴 수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도 문제다. 최소 2천억 달러, 최대 1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청산된다면 극심한 환율 변동, 금융 시스템의 붕괴 등 서브프라임 이상의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더욱이 엔 캐리 자금의 주요 투자처인 뉴질랜드 채권의 경우 내년에 만기가 집중되어 있다. 이 때문에 엔캐리 트레이드를 촉발할 수 있는 일본의 금리 인상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나마 일본 중앙은행이 무리하게 금리를 인상할 것 같지 않아 다행이다.

중국 경제의 긴축 가능성은 또 하나의 뇌관이다. 과열된 경기를 식히려는 중국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과거 수년간 10% 이상 고성장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로서도 지나친 규제를 가하면 경기가 일시에 냉각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변수는 그 진원지가 미국·일본·중국이다. 그러나 글로벌화한 경제 환경, 세계 금융시장의 동조화 현상으로 볼 때 최악의 경우 우리도 그동안 번 것을 한 방에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이제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홈런보다는 단타를 노려야 하는 시기다. 자주 샀다 팔았다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욕심을 버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당연히 목표 수익률도 낮춰야 한다. 불과 2년5개월 만에 주가가 2배가 되는 과거와 같은 시장은 아마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앞으로 당분간은 일진일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길게 보고 시장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금이야말로 호시우행(虎視牛行)할 때이다.


1가구 1펀드 시대가 개막되면서 1000포인트에서 출발한 주가지수가 2년5개월 만에 한때 2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아직 주가가 요동치고 있으나 희망적인 전망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 시장도 다우(DOW)처럼 1만 포인트까지 달려갈 수 있을까. 또 3000포인트까지 가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외생 변수가 걱정이다.


대세 상승으로 갈 때 걸림돌이 될 뇌관이 곳곳에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여진과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 중국의 금융 긴축 등이 그것이다.

 

기자명 김상윤 (하나은행 웰스매니지먼트 본부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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