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그림
정치인은 때로 ‘똑똑한 바보’가 되어야 하는 때가 있다.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설을 방어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요즘 그 상황이다. 홍준표 선대위 클린정치위원장, 박형준·나경원 선대위 공동 대변인, 고승덕 변호사는 이 후보를 방어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바보가 되었다.

후보를 대신해 변명을 하고 나면 곧 진실이 드러나고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리기 일쑤다. 그렇다고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후보를 탓하면 그것은 ‘미련한 천재’ 짓이다. 백전노장 홍준표 의원은 기꺼이 ‘똑똑한 바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똑똑한 바보’가 되는 길은 혹독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후보가 1999년 미국에 자신과 함께 있어서 한국에 들어온 적이 없으며 BBK 이면계약서 도장은 위조된 것이다”라고 주장한 홍 의원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래도 홍 의원은 꿋꿋했다. 이명박 후보가 1964년 6·3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주도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전과 없음’이라고 선거 공보물을 만든 것에 대해 ‘사면받은 전과는 공개되지 않는다’며 방어했다. 

당대의 저격수였던 홍 의원은 갖가지 변칙 플레이로 상대당 저격수들을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변칙 플레이의 백미는 ‘종결 선언’이었다. 지난 11월25일 홍 의원은 돌연 ‘BBK 사건의 종결을 선언합니다’라면서 앞으로 신당의 공세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끈질기게 추궁하는 기자에게 “식사했어요?”라고 물으며 눙치는 그에게 네티즌은 ‘식사 준표’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정치권에서는 범여권의 네거티브 공세를 온몸으로 막은 것으로서 홍 의원이 경선 출마 ‘괘씸죄’를 사면받은 것으로 해석한다. 당내 경선에서 이 후보를 괴롭힌 것에 대해서 면죄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끝까지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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