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쓸데없이 철학적인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라면 말이다. 당장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데 사람다움을 말하느냐며 따질 것이다. ‘치매는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는 9%에 가깝다. 한국인 기대수명은 80세에 이른다. 한마디로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랬다.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어머니의 병세가 어느 날 심각해졌다. 아버지는 심장질환으로 당신 몸 돌보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환갑을 바라보던 저자는 직장과 집을 떠나 부모 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7년, 그 고통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겼다.

치매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당혹감에 있다. 그렇게 자상하고 총명하던 어머니가 불쑥 뜻 모를 이야기를 던진다.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더니 나중에는 하나에서 열까지 세는 것도 어려워한다. 사람다움을 점점 잃어가는 병. 정확한 진단도, 마땅한 치료법도 따로 없는 병. 그런 어머니에게 구명 밧줄을 던져보지만 그 줄이 너무 짧다는 것을 깨달을 때의 당혹감은 절망에 가깝다.

저자는 ‘자신이 미치지 않기 위해’ 그 세월을 기록했다고 한다. 또 폐허 더미에 갇힌 어머니 곁에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저자는 각자의 골방에만 머물던 이야기를 밖으로 꺼냈다. 치매뿐 아니라 장애나 희귀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지만 아무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우리가 갖고 있는 구명 밧줄이 짧을 때, 그 짧음을 서로 이으려면 자신의 밧줄을 먼저 꺼내놓아야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단지 치매 앓는 어머니를 돌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네 삶의 깊숙한 상처와 사람다움을 되묻는다. 〈퍼블리셔스 위클리〉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가 각각 2007년, 2008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기자명 정광준 (부키 편집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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