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와 관련해 경찰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내용을 방영해 물의를 빚은 KBS의 〈수상한 삼형제〉.

2010년 방송 드라마 분야에는 ‘반공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전쟁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제작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쟁 드라마 제작을 곧바로 반공과 연결시키는 건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MB 정부 집권 3년째에 제작되는 전쟁 드라마가 ‘정치 바람’을 피할 수 있을까. 군 당국의 협조 없이 전쟁 드라마 제작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드라마 보수화는 필연적이다. ‘군 당국의 협조=제작 간섭’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염려가 아니다.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KBS 주말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가 이를 증명해 보였다. 〈수상한 삼형제〉는 경찰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는 드라마이다. 하지만 집회·시위와 관련해 경찰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내용을 드라마에 포함해 물의를 빚었다. 제작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본 집필 과정에서 경찰 도움을 많이 받은 작가가 경찰에 고마움을 표시하려다 생긴 일이다”라고 밝혔다. 경찰의 ‘제작 협조’가 어떻게 ‘간섭’으로 바뀌는지를 〈수상한 삼형제〉는 정확히 보여준다.

KBS의 〈전우〉가 걱정되는 까닭

2010년에 방영될 한국전쟁 드라마는 KBS 〈전우〉와 MBC 〈로드 넘버원〉이다. 이 중에서 특히 우려되는 건 KBS 〈전우〉이다. 1970년대 대표적 ‘반공 드라마’의 리메이크 버전이라는 점도 그렇고, 대작임에도 아직 주연 배우조차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걱정을 더한다. 오는 5, 6월께 방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MBC 〈로드 넘버원〉은 이미 3년 전부터 준비해 현재 대본과 주연배우 캐스팅을 완료했는데, 이와 비교했을 때 KBS 〈전우〉의 기획과 준비 과정은 졸속에 가깝다. KBS가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뭘까.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사실 드라마에 앞서 영화 쪽에서는 이 같은 염려가 좀 더 현실화되고 있다. 보수 단체 방송개혁시민연대의 후원을 받는 영화 〈연평해전〉(백운학 감독)은 제작발표회 때 조갑제씨가 나와 연설까지 했다. 이쯤 되면 제작발표회가 아니라 ‘호국결의대회’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문제는 군 당국의 지원이 절대적인 전쟁영화가 2010년에 줄을 잇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평해전을 다룬 〈아름다운 우리〉(가제·곽경택 감독)와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 이야기를 다룬 〈포화 속으로〉(이재한 감독)가 제작에 돌입했고, 고 신상옥 감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빨간마후라 2〉도 준비 중이다. 물론 이들 영화에 모두 반공 드라마 혐의를 씌우는 건 온당하지 못하다. 하지만 군 당국의 협조 없이 영화 제작이 어렵다는 점에서 일정한 ‘코드 맞추기’는 불가피하지 않을까. MB 정부의 군 당국이란 걸 감안하면 그 코드는 ‘반전’ ‘평화’ ‘휴머니즘’보다는 ‘반공’ ‘보수 이데올로기’ 쪽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영화 쪽에서 이런 흐름은 2010년 안방극장에서 방송될 전쟁 드라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물론 단정은 이르다. 그러니 일단 물음표로 남겨두자. 하지만 〈전우〉와 관련해 “휴머니즘을 살리는 쪽으로 제작해 KBS 브랜드 드라마로 키워 시즌제 형식으로 매년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라는 KBS의 설명에는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MB 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 체제의 KBS가 제작하는 한국전쟁 드라마라는 점이 걸린다. 2010년 안방에서 ‘반공 드라마’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기우이기를 바랄 수밖에.

기자명 민임동기 (〈PD저널〉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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