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
검찰이 BBK 수사 결과 발표 때 이명박 후보의 ‘(주)다스 차명 보유 의혹’도 밝힐 가능성이 있다.

만약 BBK 사건을 야구 시합에 비교한다면 지금은 9회 말 원아웃쯤 되는 형국이다. 검찰은 김경준씨 2차 구속 만료일인 12월5일께 수사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 발표는 지난 11월16일 김경준씨 입국 이후 20일 동안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던 BBK 사건을 푸는 결정구(球)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은 BBK 사건과 관련해 일절 중간 수사 상황을 알리지 않고 정보를 통제해왔다. 그 때문에 국민은 검찰이 밝혀낸 사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이명박 후보 측과 김경준 측의 공방을 관전하며 어느 쪽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지 비교하는 수밖에 없었다.

검찰 수사와 무관하게, 양측이 벌이는 여론전은 매일같이 대국민 설득전에서 역전과 역전을 거듭했다. 누가 새로운 증거와 증인을 내놓느냐에 따라 공격과 수비가 바뀌었다. 예를 들어 11월21일은 한나라당이 우세한 날이었다. 에리카 김이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문이 났지만, 정작 에리카 김은 불참했고 이면계약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 빠진 기자회견’이라는 보도가 속출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22일 판세가 바뀐다. 이면계약서 4장이 모두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에리카 김이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이날 오후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가 이명박씨로부터 직접 BBK 명함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11월23일에는 한나라당이 안타를 쳤다. 이면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이명박 인감 도장과 다르다는 점을 그림으로 알린 것이다. ‘도장 조작설’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며칠 가지 않아 11월26일에는 이면계약서 도장이 LKe뱅크 사용인감 목록에 나와 있는 도장으로 확인되었다. 도장 위조설은 쑥 들어갔다.

대선 뒤에도 BBK 문제 해결 불가능?

아마도 9회 초쯤에 해당하는 11월30일, 한나라당은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렸다. BBK 초기 최대 주주였던 홍종국씨가 “2000년 2월에 BBK 주식은 내가 가지고 있었다”라고 기자들에게 말한 뒤 파리로 떠났다. 홍종국씨는 BBK 주식을 이명박이 소유했었는지를 확인해줄 가장 중요한 증인이었기 때문에 발언의 파장이 컸다. 거기에 이명박 후보의 비서였던 이진영씨가 “김경준씨가 2000년 4월에 이명박 후보 인감 도장을 위조하라고 시켰다”라고 주장하면서 다시 ‘도장 위조설’에 불을 지폈다.

ⓒ연합뉴스
이 후보에게 다스 문제는 BBK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리고 9회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검찰 발표다. 지금 BBK와 관련해 검찰에 쏠려 있는 국민의 관심은 2006년 황우석 사건 때 검찰 수사 결과 발표와 흡사하다. 그때도 황우석 지지자와 황우석 비판자들이 연일 새로운 증거와 증인을 내세우며 여론에 호소했다. 아마도 국민은 혼란스러웠던 황우석 사건이 검찰 수사 발표로 일단락된 것을 기억하며 이번 BBK 사건도 검찰 수사로 매듭짓기를 바란다. 하지만 BBK 사건은 황우석 사건과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대통령 선거가 2주 뒤에 있다는 점이다.
 
검찰 발표 내용이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아직 모른다. 검찰은 해외로 출국한 참고인을 소환하지 못했고 해외 계좌를 추적하는 데도 한계를 보였다. 어쩌면 BBK 실소유주가 누구인가는 언급하지 않고 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횡령 사건 결과만 발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명박 후보가 혐의를 벗을 가능성이 있다. 신당 측은 검찰이 발표하지 않는 내용을 두고 도덕성 공세를 계속 펼칠 수밖에 없게 된다.

만약 검찰이 BBK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였다고 발표하더라도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 후보 측은 몇 가지 반대 증거와 증인을 내세우며 검찰 발표를 전면 부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가 기소되지 않는 한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어쩌면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도 BBK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보수 논객 조갑제씨는 BBK 의혹을 풀지 않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탄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소 극단적인 발상이지만, BBK 문제가 간단히 해소되지 않을 거라는 점은 일리가 있다. 검찰 발표 후에도 9시 뉴스에 BBK 보도는 계속된다. 9회 말을 지나 연장전으로 가는 것이다. ●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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