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11월27일 여수 엑스포 유치가 확정됐다. 여수에 땅을 사둔 사람들은 대박을 낼 기회다.

전라남도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 앞바다에 떠 있는 모개도는 아름다운 풍경으로도 여행객들을 사로잡지만, 진짜 가치는 딴 곳에 있다. 이 섬을 하늘에서 본 모습이 영락없이 ‘하트(♡)’ 모양인 것이다. 그것도 남북 방향으로 바로 선 형태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올 법한 낭만을 간직한 섬으로, 아마 한반도 전체를 뒤져도 이런 희한한 섬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
 
이 섬의 주인은 바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다. 과연 이건희 회장은 섬을 매입할 때 이 특이한 모양을 고려했을까. 이건희 회장이 여수 공항까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와서 직접 땅을 보며 골랐다고 하니 ‘하트’가 이 회장의 마음을 움직였을 법도 하다.
물론 이건희 회장으로서는 위성사진 외에도 모개도를 살 만한 이유가 많았다. 노후 대비용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여수시 일대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11월27일 전남 여수시가 2012년 세계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이 화제다. 여수시 일대 땅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지금 여수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은 늦었다. 올해 초 이건희 회장의 여수 부동산 투자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찌감치 땅 투기 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만이 아니다. 세계엑스포 유치 성공을 어떻게 확신했는지 이 지역에는 지난 몇 년 사이 내로라하는 ‘큰손’들이 막대한 투자를 했다. 여수 세계엑스포 유치를 계기로 이 투자가들의 면면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시사IN〉은 최근 입수한 자료를 통해 여수 지역에 부동산 투자를 한 큰손들의 매입 내역을 정리해봤다.
 

 

이건희 회장-‘하트 섬’ 소유

이건희 회장은 이른바 ‘이건희 하트 섬’(모개도) 전체(건물 1채 포함)와 모개도 맞은편 사곡리 궁항마을 일대 3만869㎡를 가지고 있다. 육지 땅을 산 날짜는 2004년 5월11일, 섬을 산 날짜는 2004년 12월7일이다. 매입 후 2년 가까이 등기를 하지 않다가 지난 2005년 2월과 2006년 12월 등기 신고를 하면서부터 언론에 기사화되었다.

이건희 회장이 실명으로 부동산을 산 것은 이례적이다. 대개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이나 에스원 등을 통해 필요한 부동산을 대리 매입하는 방식을 쓰곤 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 공시지가는 무척 낮아  ‘세금 걱정’은 없을 듯하다. 2007년 1월 기준 모개도의 공시지가는 1㎡당 997~7580원(총 3098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소라면에 있는 ㅅ부동산중개소 사장은 “길이 없고 외진 곳이라 이건희 회장이 매입할 당시 1㎡당 3만원도 안 갔다. 지금은 인근 땅값이 1㎡당 11만원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GS칼텍스 일가-회장 장남이 소유

정유 사업을 하는 GS칼텍스는 석유공업단지가 있는 여수시에 토지 14만1389㎡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GS칼텍스 대표이사 허동수 회장의 장남 허세홍씨(38)가 소라면 사곡리 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이건희 하트 섬’을 마주 보는 해안가다. 허씨는 이건희 회장이 섬을 산 지 한 달 뒤인 2005년 1월에 매입했다. 이건희 회장이 주민들에게 화제가 된 것과는 달리 GS칼텍스 일가의 투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통일교-여의도 절반 크기

이미 1998년께부터 통일교(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는 여수에 터를 잡고 있었다. 2003년부터는 대규모 여수 관광 리조트 단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문선명씨가 여생을 이곳에서 보낸다는 소문도 있었다.

통일교의 여수 진출 선봉에는 계열사 (주)일상이 있다. 〈시사IN〉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화양면 관광개발지구 일대에만 무려 156만6354㎡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여의도 절반 면적이다. 안포리·서초리·이목리 등 투자 지역도 곳곳에 흩어져 있어 총 300여 필지에 이른다.

(주)일상은 여수 시내에도 건물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이 밖에 통일교유지재단도 여수 땅 5000㎡에 투자를 해놓고 있는 상태다. 통일교 전체를 놓고 보면 11월26일 현재 158만1000㎡에 이른다. 세계엑스포 유치의 최대 수혜자가 통일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통일교의 왕성한 여수 투자는 지역 기독교계와 마찰을 빚기도 해 여수 교회를 중심으로 통일교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