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알트루사 문은희 여성상담소장(70)

한국 여성들과 서양 여성들의 우울증을 비교·연구하는 논문을 쓰기 위해 영국 글라스고 대학에서 공부하던 때였다. (사)한국알트루사 문은희 여성상담소장(70)은 대입을 앞둔 아이 걱정을 하는 자신을 보고 놀라는 영국 여자들을 통해 깨달았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우울증은 개인의 문제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자녀, 남편, 부모의 문제가 모두 한국 여성들의 고민거리였다. 한국에선 당연한 일이지만 서양 여성에겐 아니었다. “지금 본인 학위논문을 완성하는 게 급한 판에 자녀 대학 문제를 왜 더 걱정해?” 

그래서 문 소장이 생각해낸 한국 여성들의 심리구조가 바로 ‘포함 이론’이다. ‘개인’의 행동과 사고 단위를 가진 서구 여성들과 달리 한국의 여성(특히 어머니)들은 자신이 ‘포함’하고 있는 사람들, 즉 아이와 남편과 시댁과 친정 같은 집단에 맞춰 삶을 살아간다. 이 소모적인 삶의 구조 속에서 한국 여성들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은 당연히 다른 나라 여성들에 비해 배가 된다.

문익환·문동환 목사의 여동생인 문 소장은 애초 진학한 의과대학에서 “주사 바늘 하나 못 찌르는” 자신을 발견하고 교육·심리학 분야로 진로를 틀었다. 평생의 공부를 바탕으로 ‘마음이 건강한 여성들이 만드는 착한 사회’를 꿈꾸는 한국 알트루사 여성상담소를 20년간 꾸려왔다. 직장여성이든 주부이든, 독신이든 기혼이든, 신세대든 구세대든 그곳에서 만나 상담한 수많은 여성들은 모두 독자적인 ‘개인’으로 살아가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들을 향해 쓴 글들을 엮어내면서, 문 소장은 외쳤다. “눈치보며 살지 말자!”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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