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한켠에 앉아 무릎에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는 임인환씨(45)씨는 팔당댐 인근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원래대로라면 서울 도심이 아니라 비닐하우스 흙 밭에서 한창 손을 놀릴 시각이다. 하지만 그는 21일부터 흙을 떠나 서울로, 서울로 아스팔트 길을 걷고만 있다. 최종 목적지는 여의도 국회 앞. 4대강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농사꾼 임씨가 몸뚱아리 하나에 의지해 50여km의 여정을 나선 것이다.
임씨는 팔당-덕소-구리-제기동을 거쳐 신설동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22일 오전부터 다시 걸음을 옮겼다. 10시께 종로에 도착한 그는 “밭에서 일하는 건 하루 종일 해도 끄떡없는데 걷는 것은 쉽지 않다”며 나이를 실감한다고 웃었다. 연두색 깃발을 들고 4대강 사업 반대 문구를 가슴팍에 두른 그가 지나는 서울은 추위가 다소 풀렸다고는 해도 여전히 바람이 매서운 날씨였다.
농사를 지은 지 7년, 귀농인인 그는 팔당댐 인근 두물머리에서 논 1000평과 시설하우스를 통해 딸기·양상추 등을 재배하고 있다. 팔당 지역은 친환경 유기농 농법으로 이름난 곳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지난 2007년 직접 찾아와 격려를 한 곳이기도 했다.
요즘 농민들은 대통령이 방문했던 당시의 사진을 프린트해 거꾸로 들고 다닌다. 그 같은 격려가 하루아침에 거짓이 되어버린 데 대한 항의 의미이다. 이번 도보 순례 역시 서울 시민들에게 팔당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준비한 행사였다. 임인환씨는 “그저 다함께 걷는 일일 뿐인데 막아선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다같이 걸었다면 더 힘이 났을 텐데 아쉽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50여 km를 걸어오는 동안 격려해 주고 4대강 사업 반대에 공감해준 사람들이 있어서 힘이 났다고 한다. 임씨는 “여기 분들도 출근길이다 뭐다 해서 바쁜 일상을 사는데 그래도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
후보 때는 웃으며 격려, 대통령 되니 경찰 투입
후보 때는 웃으며 격려, 대통령 되니 경찰 투입
임지영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 팔당댐 인근인 이곳에 26일 아침부터 트랙터 다섯 대가 마을 들머리를 막아섰다. 트랙터 뒤로는 철망이 둘러졌다. 농민들은 농기구 대신 마이크와 플래...
-
경찰까지 동원해 농사꾼 내좇나
경찰까지 동원해 농사꾼 내좇나
임지영 기자
농기구 대신 마이크를 들었다. 허리춤에 두른 플래카드는 40년 농사일로 마른 몸에 부대껴 우스꽝스러운 스커트가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상추 잎을 뜯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쇄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