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공
김인규 KBS 사장 취임식.

KBS에 노조가 또 하나 출범한다. 기존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에서 탈퇴한 ‘새 희망, 새 노조를 준비하는 사람들’ 50명은 12월16일 총회를 열고 엄경철 기자를 지부장으로, 홍소연 아나운서를 감사로 선출했다. 이들은 다음 날인 17일 언론노조에 정식으로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새로운 KBS 노조’는 일단 지부 형식으로 출발하지만, 조합원들의 가입 신청을 받아 내년 1월 초에는 언론노조 KBS 본부로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KBS 노조의 분열은 김인규 사장 퇴진을 위한 총파업 투표가 무산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투표율은 84.5%로 절반을 넘었지만 찬성은 2025명(재적 조합원 대비 48.18%)에 불과했다. 반대는 1470표, 무효는 58표가 나왔다. MB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 열기가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결과였다. 투표 결과가 노조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이라며 사퇴 여론이 불거진 이유다.

현 노조 집행부는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대신 김인규 사장 취임 1년 중간평가, 노사 공방위 강화 등 노사합의안을 공개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12월17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재신임을 받긴 했지만 노사합의안의 실행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찍는 구성원이 여전히 많다. 현재(12월15일 기준) 조합원 605명이 노조 집단 탈퇴서를 제출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사실 KBS 노조의 분리는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 지난해 이맘때 실시된 선거에서 현 KBS 노조는 상대 후보에 겨우 66표 차로 승리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언론법 강행에 따른 언론노조 총파업 등의 상황 때문에 ‘통합노조’를 출범시키기는 했지만 성공보다는 실패를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새로운 KBS 노조’ 출범은 이런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두 개의 노조가 분열을 넘어 시너지 효과 낼까

ⓒPD 저널
지난 12월16일 기존 KBS 노조에서 탈퇴한 직원들이 설립 신청한 새 노조의 위원장으로 선출된 엄경철 기자.

관건은 두 개의 KBS 노조가 분열을 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여부다. 현 노조는 새 노조 출범을 분열주의라며 비판하지만 그렇게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 이병순 전 사장 시절, 경영진과 간부들의 전횡을 노조가 제대로 감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추락하는 KBS 뉴스·프로그램에 대해 노조가 날 선 대응을 했다면? 무엇보다 MB특보 출신 사장을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 투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새 노조 출범은 현 노조에 대한 내부반성의 결과이면서 현 노조 집행부가 짊어져야 할 업보다.

출범에 대한 정당성은 가지고 있지만 새 노조 앞에 놓인 과제도 적지 않다. KBS 노조가 두 개로 분리되긴 했지만 김인규 사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라는 공통 목표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이 목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체화할 것인가가 새 노조 앞에 던져진 질문이다.

물론 파업 부결이란 결과가 나왔는데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KBS 노조에 대한 거부감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 거부감이 공통 목표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 어찌 됐든 “새 노조 설립은 공통의 견제 대상인 김인규 체제만 공고히 하는 역작용이 될 것이다”라는 현 노조의 염려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 노조집행부가 가진 문제와 한계로 인해 새 노조가 출발했지만, 이 ‘문제와 한계’는 새로운 노조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분열주의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새 노조 출범이 엄경철 지부장 말대로 ‘건강한 분열’이 되기를 기대한다.

기자명 민임동기 ([PD저널]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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