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베이징에서 중국의 북한 핵 전문가들과 연구 토론회를 가졌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의 태도가 다소 불분명한 것들이 있어서 이 점에 대해 집중 문제 제기를 해보았다. 먼저 중국 정부가 북핵 폐기라는 본질적 문제보다 6자 회담 재개라는 절차적 현안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중국 쪽 인사들은 불쾌하다는 의미의 ‘부가오싱(不高興)’이라는 표현으로 답했다. 아무리 선린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접경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기를 바라는 나라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원래 북한 핵문제는 북한·미국 양자 현안인데 잘 풀리지 않아 중국이 개입해 6자 회담이라는 멍석을 깔아주고 지금까지 이끌어온 것인데, 그런 식으로 폄하하면 곤란하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6자 회담은 이제 북핵 문제 해결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9·19 공동성명’이 규정하고 있듯이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 안보 체계 구축에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인데, 이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중국 쪽 입장이었다. 

중국, 5자 회담과 그랜드바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
 

이 주장에 필자는 또 반론을 제기해보았다.  “현재 6자 회담은 북한의 거부 때문에 무력화된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을 더 이상 두둔할 수 없는 만큼 오히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철저한 준수를 통해 대북 압력을 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 아닌가. 이런 점에서 지난 10월 원자바오 총리 방북 시 대북 경협 지원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국 쪽에서는 보고 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 견해에 동조했지만 대다수는 반대 의견을 보였다. 6자 회담은 살아 있고 다른 대안은 없다고 못 박았다. 중국은 5자 회담 또는 그랜드바겐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결코 위반한 적이 없으며 북한 주민들의 민생에 도움이 되는 경제 원조, 그리고 정상적인 교역 관계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중국이 그러한 결의안에 동의할 리 없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연이어 한국 쪽의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2차 핵 실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중국 관계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원자바오 총리·량광례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의 방북, 그리고 천즈리 전인대 부위원장의 방북 계획 등이 이를 방증하는 것 아닌가. 핵무기를 가진 도발적 북한에 제재와 응징은 없고 선린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 이것은 중국의 북핵 관리론적 시각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       
     
중국 군부, 북한 군부 안심시키려 협력 강화

필자의 의견에 이들의 반응은 흥미로웠다. 우선 올해가 북·중 우호 60주년이기 때문에 양국 간 교류 협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 발전에 한국과 미국이 공헌한 바도 크다는 것이다.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 한국과 미국이 ‘개념계획 5029’를 수립하는 등 대북 군사 개입 가능성이 고조되는 현 시점에서 중국 군부가 북한을 안심시키기 위해 군부 간 협력을 강화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그리고 아직 6자 회담을 통한 협상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참석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가지게 되어 있다면 중국은 핵을 가진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먼저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주문했다. 북한의 핵 보유는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 구축에 있는데, 이를 한국과 미국 측에서는 체제 안보용 또는 협상용으로 오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단이 틀리기 때문에 처방도 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경제 및 에너지 지원은 부차적이고, 북한이 원하고 있는 적대적 의도와 정책의 해소, 주권 인정, 관계 정상화라는 현안을 선결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는 말이다.

기자명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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