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자금 수사가 가장 신경 쓰이는 사람은 이회창 후보다. 반면 문국현·권영길·이명박 후보는 비교적 자유롭다. 특히 이명박 후보 처지에서 대선 자금 수사 카드는 치고 올라오는 이회창 후보를 제지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할 호재다.
그런데 삼성 문제에 관해 이명박 후보는 꽁무니를 빼는 인상이다. 〈시사IN〉이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해 처리 방법을 물었지만, 대선 후보 가운데 이명박 후보만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11월21일 KBS 토론회에서 삼성 특검법에 관해 묻자, 이명박 후보는 “특검밖에 없겠지만 지금 절차를 밟아도 조사 시점은 대선 전에는 어렵다”라며 특유의 ‘두루뭉수리 화법’으로 넘어갔다.
금산 분리법 폐지 등 이명박 후보가 삼성을 위해 총대를 메는 자세를 보인다는 지적에도 이 후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 장녀 주연씨의 남편 이상주씨가 삼성에 근무하는 점을 지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상주씨는 부산지검과 수원지검 검사를 지내다 2004년 8월 삼성화재에 입사해 현재 삼성화재 상무로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조심스럽게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이 이명박 후보에게 사람과 돈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의 정책과 발언이 삼성의 도움을 직접 받은 흔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승림씨와 황영기씨를 지목했다. 삼성에서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긴 사람을 보낸 것도 삼성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 자금 수사로 돈을 직접 보내기 어렵기 때문에 삼성이 지승림씨와 황영기씨를 보냈다. 그들에게 삼성의 비자금 계좌가 있다. 더 이상은 밝힐 수 없다”라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두 사람의 비자금 계좌에서 돈이 이명박 후보에게 흘러간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구조본 홍보담당 부사장 출신인 지승림씨는 알티캐스트 대표를 거쳐 현재 이명박 후보의 홍보 업무를 총괄하는 홍보전략팀장 자리에 있다. 이명박 캠프의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뛰고 있는 황영기씨는 삼성증권 사장에 이어 우리은행장을 거쳤다. 두 사람은 삼성그룹 재직 시절에 ‘차기 구조조정본부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건희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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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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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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