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12월10일 발표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외고 개편안을 두고서다. ‘넷심’은 ‘왕의 남자’들이 팔을 걷어붙인 결과치고는 초라하다는 반응이다. 누리꾼들은 ‘철벽 외고산성’의 판정승으로 보았다.

외고 문제는 곽승준 미래기획원장이 나서고 이주호 교육기술부 차관이 군불을 땠다. 정두언 의원도 불쏘시개 노릇을 자임했다. 정 의원은 외고 폐지론이 마녀사냥이라는 지적에 대해 “마녀사냥이란 마녀가 아닌 사람을 마녀로 몰아 사냥한다는 얘기지만 외고는 분명히 마녀이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실세들이 나서면서 한때 교육부 관료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설마’했던 누리꾼들은 웬일이냐며 이번에는 뭔가 일을 낼지 모르겠다고 기대도 했다. 정 의원은 외고를 특성화 고등학교로 전환해 학생을 추첨으로 선발하는 외고 입시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정작 교과부가 발표한 외고 입시 개선안은 100% 입학사정관을 통한 선발 방식이다. 중학교 2~3학년 영어 성적만 내신으로 반영하고 토플이나 각종 영어인증시험 성적을 학생부에 기입하지 못하게 했다. 또 각종 경시대회 점수도 반영하지 못하게 했다.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사교육 부담이 크게 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고 개혁의 핵심인 학생선발권을 외고에 그대로 두었다. 누리꾼들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통째로 넘겼다”라고 비꼬았다. 넷심은 세상 물정 모르는 정부라고 들끓었다. 한 누리꾼은 “정부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건지, 학원이 너무 똑똑한 건지, 아니면 무슨 거래가 있는 건지, 이미 학원가에서는 ‘외고 전략, 입시 사정관제를 위한 포트폴리오 지도’라고 버젓이 광고를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교과부의 개편안에 학원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이다. 오히려 학원에 더 큰 날개를 달아줘 표정관리에 나섰다. 학원가에서는 입학사정관 대비 맞춤 고액 과외가 나온 지 오래이다. 입학사정관제 포트폴리오 수강료는 과목당 100만원을 훌쩍 넘는 실정이다. 풍선 효과로 과외시장은 더 비싼 입학사정관 ‘신상’을 만들어준 셈이다.

이런 교과부 개편안에 대한 실세들의 반응은? 정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100% 바뀌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있기 때문에 80% 정도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에는 “외고를 없애서야 되겠느냐”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는 후문이다. 궁금증은 대통령의 의중으로 모아진다. 이번 개편안이 나오게 실세들은 외고 폐지까지 들고 나온 게 복심을 오독한 것일까?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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