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찬씨는 삼성 SDI에서 1992년부터 1999년까지 해외 비자금을 만드는 일을 했다. 그룹 비서실에서 자금을 조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 비서실장 보좌역(현 SDI 사장) 라인을 거쳐 *** 부장(현 삼성증권 부사장)과 함께 비자금을 만드는 실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시사IN 윤무영
삼성 SDI 미주 법인 전 구매과장 강부찬씨(사진 위)는 해외에서 비자금 만드는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삼성 SDI의 해외 설비투자 규모가 컸다. 그래서 SDI를 통해 비자금을 만드는 일이 많았다. 강씨는 1993년 삼성 SDI 월드와이드와 삼성 재팬을 통해 약 800억원의 비자금을 만들고, 1994년 미국 뉴욕에서 SDI 멕시코 공장을 통해 약 400억원을 돈 세탁했으며, 1995년 삼성 SDI 뉴욕과 런던 지점을 통해 약 3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1998~1999년 삼성 SDI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을 지으면서 약 500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었다며 자료를 제시했다(사진). 강씨가 직접 조성하고 목격한 비자금 규모는 300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세 차례에 걸쳐 강씨를 인터뷰하고 취재가 끝난 다음, 김용철 변호사에게 강씨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김 변호사는 강부찬씨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 “강씨의 말과 그가 제시한 장부는 사실이다. 때문에 삼성이 골치 아파했다. 구조본에서 강씨 문제로 여러 번 회의를 했고 비자금 문서를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촌스럽게 비자금 장부를 남기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100원짜리에 1원 수수료를 보태고, 19원을 과대 계상하는 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SDI 측은 “강씨는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회사에 거액을 요구하는 부도덕한 인물이다. 회사는 어떤 형태로든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없다. 13년 전 사건이어서 근무하던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아 강씨의 주장은 진위 확인이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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