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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삼성의 공범, 비자금 모집책이었다”

삼성 SDI 미주 법인에서 비자금 장부를 가지고 퇴사해 삼성 구조본 간부들이 골머리를 앓았던 강부찬씨를 <시사IN>이 만났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법무팀장 시절 강부찬씨 문제 대책회의에 직접 참여했다.

주진우 기자 ace@sisain.co.kr 2007년 11월 28일 수요일 제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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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윤무영
삼성 SDI 미주 법인 전 구매과장 강부찬씨(사진 위)는 해외에서 비자금 만드는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용철씨는 불안해 보였다. 지난 10월22일 기자를 처음 만난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는 두렵다고 했다. 일거수일투족이 삼성에 의해 감시받고 있다고 했다.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 누구와 통화했는지 삼성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검사 출신으로 삼성의 고위 임원을 지낸 사람이 아니었다면 삼성은 벌써 강수를 썼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삼성에는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는 사고처리반이 따로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의 말이다. “미국에서 비자금을 만들던 친구가 비자금 서류를 들고 나가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았다. 여러 차례 회의를 열고 방법을 냈지만 해결이 안 됐다. 미국에서 사립탐정을 고용했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실효가 적었다. 김인주 사장이 나한테 킬러를 고용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다.”

김 변호사가 언급한 그 삼성의 ‘골치 덩어리’가 <시사IN>을 찾아왔다. 강부찬씨 역시 불안해 보였다. 그는 삼성 SDI 미주 법인에서 비자금을 만드는 일을 했었다고 한다. 지난 11월4일 기자를 처음 만난 강부찬씨(44)는 두렵다고 했다. 강씨는 차를 옆 동네에 주차하고 30분을 걸어서 <시사IN> 사무실에 왔다. 강씨는 “삼성이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전화기 4대를 사용하는데 삼성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라고 했다. 강씨는 기자를 만난 다음날 삼성에서 직원이 찾아왔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다섯 번째 전화기를 통해서였다. 강씨는 “함께 비자금 업무를 담당했던 문 아무개 선배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삼성이 그렇게까지는 안 했으리라고 믿고 싶지만 나는 두렵다”라고 말했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한 1998년 중반부터 강씨는 삼성에서 요주의 인물로 감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다섯 살 난 아이 명의로 전화기를 만들었는데 전화기가 고장 나서 서비스 센터에 갔더니 전화기 명의가 내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SK텔레콤에서 통신사 카드를 SDI 노조 담당 홍 아무개 부장에게 보내 항의한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강씨의 증언이다. “2000년 초 MBC <PD수첩>의 허태정 PD와 LA에서 만나 삼성이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PD를 만나기로 한 당일 아침 박 아무개 인사부장과 임 아무개 관리팀장이 못 나가게 막았다. <PD수첩>과 접촉하기 전부터 한국인 두 사람 등 모두 7명의 사립탐정이 나를 미행하고 감시했다. 미국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탐정들에게 경고를 주기도 했다. 하루는 새벽 3시쯤 밖에 나가려는데 집 바깥에 히터를 틀고 있는 수상한 차가 있었다. 차를 달리자 이 픽업 트럭이 따라붙었고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시속 200km로 급가속을 해서 내 차량을 들이받으려 했다. 180km로 도망가다 속도를 줄여 옆길로 빠지는 바람에 겨우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목숨을 건 추격전은 40분가량 계속되었다.”

MBC 허태정 PD는 “강씨가 비자금 관련 제보를 해와 로스앤젤레스에 갔는데 나타나지 않았다. 비자금 장부를 가지고 삼성과 거래를 한 것으로 보였다. 이후 삼성에서 강씨를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삼성, 강씨에게 미국 사립탐정 붙여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있다. 삼성은 가장 깨끗하고 안정된 시스템이라고 자랑한다. 실제로 겉으로 드러난 잡음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바깥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특히 비자금 차명 계좌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고가 종종 생겼다고 한다. 김용철 변호사가 법무팀장 시절 직접 해결사로 나선 것도 여러 건이었다. 

삼성 네트웍스의 한 젊은 사장이 자기 명의로 된 비자금 계좌를 실제로 자기 것이라 주장한 적이 있다. 삼성 SDS 유 아무개 부장은 비자금 주식 16억원어치를 부인 명의로 바꾸고는 자기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그룹의 차명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던 한 노인이 갑자기 죽었는데 상속인이 16명이나 됐다. 상속인 가운데 몇 명이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고가 나면 대개 절반을 주는 식으로 합의를 본다는 공식까지 있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비자금 사건 말고도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다. 삼성전기 포르투갈 법인에서 경리과장이 1000억원을 횡령했다. 내부 문서를 포르투갈어로 작성했는데 법인장이 몰라서 날렸다고 한다. 삼성전자 캐나다 법인에서는 환 투자를 잘못해서 큰돈을 잃었다.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한 과장은 현지 업자에게 독점 판매권을 주겠다고 하고는 복수로 주었다가 재판에서 져서 1000억원가량을 물어주었다.

김 변호사는 “삼성전자 공장장이 부하 직원 부인과 카사블랑카에서 밀회를 즐기다 회사 감사팀에 적발됐는데 그 공장장이 관리하던 검사가 오히려 내게 로비한 일도 있었다. 크고 작은 사건이 자주 터져서 법무팀장이 할 일이 많았다. 그런데 회계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2001년 삼성언론재단 경리과장이 208억원을 횡령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삼성의 사고는 거의 기사화되지 않았다.

   
 
ⓒ시사IN 안희태
삼성 법무팀장으로 있을 때 김용철 변호사(가운데)는 “강부찬씨 문제로 삼성에서 골머리를 앓았다”라고 말했다.
 
 
사고가 잦다 보니 삼성에는 막강한 사고처리반이 있다고 한다. 구조본(현 전략기획실) 산하에 있는 인사팀 노사 담당이 주로 이 임무를 맡는다. 임원 2명과 간부 3명이 핵심적으로 활동한다. 이 팀은 각 계열사 노사 담당을 지휘하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인원은 대단히 많다. 에스원 무술 요원, 카드사 직원, SDS 직원 등 각 관계사 직원을 총동원할 수 있다.

김 변호사가 삼성에 근무할 때는 20년간 인사팀 노사 담당을 맡았던 *** 말레이시아 총괄부사장이 총책임자였다. 이씨는 회사를 위해 불법을 저지르는 걸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 팀은 서류를 위조하고, 위치를 추적하고, 은행 계좌를 열어보고, 카드 내역을 조회하는 등 불법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이 내게 상대방 변호사를 매수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공개 석상에서 이건희 회장은 “*** 때문에 그룹이 산다”라고 치하하기도 했다고 한다.  *** 부사장 밑을 이건희 회장 집 경호 책임자 출신 *** SDI 전무가 받치고 있다. *** 전무는 삼성의 비노조화 유지에 많은 공을 세운 인물이라고 한다.

사고처리반은 인사팀 산하 경찰팀의 지원을 받는다. 경찰 담당을 통해서 위치 추적, 감청 등 경찰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이 팀의 노조 탄압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고 한다. 사고처리반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에 의하면 일이 해결될 때까지 당사자를 지방이나 해외로 끌고 다니는 방법을 주로 쓴다. 결국 돈으로 해결하고 각서를 쓰는 식으로 사건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사실상 납치·감금에 해당한다.

김용철 변호사는 “나 정도 직급의 인물이 아니었다면 벌써 이 팀에서 나섰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고를 직접 처리하는 지방의 노사협의회에서 일했다는 한 전직 삼성 직원은 “사고가 터지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일을 무마한다. 미행·도청·통화내역 조회 뭐든 가능했다. 비용은 주로 사원의 복리후생비에서 무제한으로 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 기자의 전화가 도청될 것이며 미행당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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