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안원구 국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 갈수록 폭발력을 더해간다. 자료와 정황의 신빙성 때문이다. 11월25일 안원구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49)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가인갤러리에서 만났다(부족한 부분은 10여 차례에 걸친 전화인터뷰와 이메일을 통해 보충했다). 홍씨는 “왜 한상률 문제를 안원구가 책임지죠?”라고 물었다.

남편이 현직 국세청 국장인데 긴급체포됐다. 검찰이 화랑을 압수수색한 이후 한 번도 소환을 통보한 적이 없다. 그런데 11월17일 점심때부터 나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오는 길에 수사관들이 남편을 연행했다. 언론 접촉 때문인 것 같다. 공무원이고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어서 그렇게 잡아갈 이유가 없었다.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국장
구속 영장에 따르면 범죄 혐의가 아주 많다. 세무조사를 무마한 대가치고는 액수가 너무 적다. 범죄 사실은 크게 다섯 개인데 세무조사했던 기업체 세 곳과 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회사 두 곳으로부터 부당한 돈을 받았다고 한다. 모두 개연성이다. 수상하기 이를 데 없다. 국세청 직원들이 거래처 사장들에게 “확인서를 써주지 않으면 특별 세무조사를 하고 회사를 공중분해시키겠다”라는 협박을 했다. 국세청에서 거래처 사장을 협박한 녹취록을 법원에 냈다. 그런데 영장이 떨어졌다. 남편은 많이 알고 있다. 알고 있는 것 자체가 구속된 이유였다. 2년 동안 입 다물고 있던 사람이다. 쑤셔서 상처를 만드는 이유가 뭘까? 조용히 미국에 보냈으면 자연 도태될 사람인데. 남편은 소신이 강해서 밀어서, 흔들어서 되는 사람이 아니다. 국세청 간부는 털면 나올 거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2년 뒤지고 안 나왔으면 그만해야지….

남편이 대구 출신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좀 특이한 케이스다. 남편은 국세청 내부의 평가가 좋았고 승진도 빨랐다. 모두가 청장감이라고 했다. 그래서 자기 관리를 잘했다. 남편은 1983년부터 1999년까지 대구에서 근무했다. 모두 합하면 16~17년이다. 당연히 대구 지역 사람들과 친분이 깊다. 남편처럼 시간이 가면서 자리를 잡고 실세가 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TK 실세들에게 따로 잘 보일 필요도 없었다. 남편은 다 안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누가 진짜 실세인지. 남편과 친한 사람들이 박영준의 친한 사람들과 겹쳐서 서로 잘 안다. 그래서 일찌감치 한 청장에게 박영준을 컨택하도록 했다. 이상득 의원 쪽에 도달하기 위한 징검다리를 소개하고 정보를 주었다. 그쪽을 통해 한 청장이 청와대 구명운동을 많이 했다. 남편이 부하 직원이어서 청장을 잘 봐달라고 이상득 의원에게 나서기도 했다.   

가인갤러리 관장 홍혜경씨는 남편의 결백을 주장했다.
남편이 한 청장 유임에 큰 공을 세웠는데, 왜 관계가 틀어졌는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알려달라고 청와대와 한상률 청장에게 물어봤다. 남편에게 한 청장 집안과 원한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 조직이 망가질 정도로 조직원 하나를 압박하다니. 한상률이 청장 연임이 확실해지자 다른 TK 세력들을 규합하고 남편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한상률 청장이 안 국장더러 나가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정부에서 잘나가서, 청와대에 오래 있어서, 이강철의 심복이어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 가장 잘나간 사람은 한상률 청장이었다. 청와대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것은 잘나가는 것과는 무관하고, 이강철씨는 남편과 경북대 동문일 뿐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표 낼 이유가 없었다. 국세청에서 2년간 뒤를 팠다. 사표를 왜 못 받았겠는가? 본인에게 문제가 없고, 사표 낼 이유가 없었다. 청와대에서 나가라고 할 이유가 없다. 화랑의 거래처 사장들이 남편이 그만두는 게 좋겠다며 개인적인 견해라고 하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2008년 7월, 휴가기간이던 어느 토요일 일이다. 박연차 회장 세무조사와 관련해 한 청장이 “박 회장이 베트남에서 국빈 대우를 받고 있어서 조사가 어렵다. 베트남 국세청장과 개인적으로 관계가 좋으니 베트남 청장을 구워삶아서 자료를 빼라”고 지시했다. 남편은 서울청 세원관리국장이어서 조사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남편이 ‘무슨 명분으로 해야 하냐’고 물었다고 한다. 당시 한 청장은 “이게 잘되면 대통령에게 이야기해 명예회복시켜 주겠다”라고 했다. 대통령이 지방청 국장 명예회복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청장이 하면 할 수 있는 일이지. 남편이 못한다고 했더니 홍콩에서 자료를 확보했다면서 손 떼라고 했다. 그 후 9월부터 한 청장이 사표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뜻이라고 했다. 청와대 어디냐고 물었더니 ‘전부 다’라고 했다. 나중에는 총리실에서 내려온 사안이라고 했다. 나중에 알아봤더니 청와대나 총리실 어디에서도 남편 나가라는 소리는 없었다.

안 국장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 아닌가? 남편은 노무현과 정치적인 관계가 전혀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도 마찬가지다. 한 청장은 두 대통령과 정치적인 관계가 있던 인물이다. 도곡당 땅,·이명박 대통령 재산과 친인척 탈세 조사, 박연차 수사 등 국세청이 뒷말이 많았는데 누군가는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면서 문제를 털고 가야 했다. 한 청장이 희생양이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 그의 보고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청와대에서 파악을 못하는 게 아니라 파악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혀 이득이 없는 일이다. 국세청, 대구·경북 실세들, 청와대가 한상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안 되는 공동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왜 목숨을 걸고, 정권을 걸고 싸우는지 알고 싶다.

남편이 2008년 3월 한 청장이 “승진시켜줄 테니 3억원을 내라”고 했다는 증언을 했다. 한 전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그런 말을 할 얼간이가 어디 있냐”라고 했다. 지방청장이 돈으로 차장 자리를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 청장의 말은 명백한 사실이다. 국세청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자리를 돈으로 산 사람이 있다. 그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백용호 현 국세청장은 뭐라고 하나? 한상률 청장은 직접 나가라고 했지만, 허병익·이현동·백용호가 직접 나가라고 권유한 적은 없다. 가타부타 말이 없다. 면담 요청을 수 차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됐다고 말을 해주어야 할 것 아닌가? 사퇴 압력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다. 파다보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게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국세청 자회사 사장 자리는 왜 준다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홍혜경씨는 "남편이 이상득 의원을 직접 만나 한 청장을 유임시켜달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림 파동은 사연이 무엇인가? 국세청에서는 배후로 당신을 의심하던데. 2008년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전군표 청장 사모님이 한상률 차장에게 받았다면서 그림을 가져와서 물었다. ‘유명한 사람 거냐?’ ‘비싼 거냐?’ ‘집 정리하다 베란다에서 처박힌 그림이 하나 나왔는데 팔아버렸으면 좋겠다.’ 전문가만 아는 화가였고, 좋은 작가인데 일찍 작고하는 바람에 거래가 형성이 안 되는 그림이었다. 그래서 가격은 모르겠는데 비싸지 않을 거라고만 이야기해주었다. 위탁매매 확인서를 쓰면서 가격란은 공란으로 두고, 출처란에 한상률 차장에게 받았다는 이야기를 써두었다. 전군표 청장 부인이 언론에 그림 이야기를 했고, 나중에 조선일보 기자가 그림을 보자고 해서 보여줬다. 그랬더니 사모님이 노발대발했다. 사모님이 인터뷰한 일인데 내가 왜 배후기획 조정자로 의심받는지 모르겠다.

전군표 전 청장 부인이 의뢰한 그림이 다섯 점 아닌가? 내게 의뢰한 작품은 한 점뿐이었다.

안 국장이 대구국세청장 시절에 벌인 포스코건설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국세청 문건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문건이 있었고, 남편이 문건을 봤다는 것은 사실이다. 남편은 보고한 부하 직원에게 “보안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지휘 라인이 있으니 조사해보면 된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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