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9일’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일제고사를 거부하다 해직된 교사 14명. 지난 해 12월9일 이들은 해임·파면 통보서를 받고 거리로 쫓겨났다. 이 가운데 서울에서 해직된 ‘거리의 교사’를 만났다. 교실로 돌아가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은 다음 달 선고 예정인 행정 소송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월13일, 서울 청운초등학교 6학년 4반 아이들은 졸업식을 치렀다.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6학년 4반 담임 김윤주씨(34)는 눈물을 꾹 참았다. 학생들은 김씨가 가르쳐준 반가, 〈꿈꾸지 않으면〉을 합창했다. 10개월이 지났지만 김씨는 그날 아이들의 합창을 잊지 못했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리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시사IN 장일호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실로 출근하는 김윤주씨
어느덧 1년, 가르칠 아이들을 떠난 김씨는 더 이상 희망을 노래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딸의 해직 소식을 듣고 “성격이 하필 아버지를 닮아 겁이 없어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라며 가슴을 쳤다고 한다. 4년 전 결혼한 남편 또한 김윤주씨의 든든한 후원군이다. 온라인 독서토론 커뮤니티에서 만난 남편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다. 김윤주씨는 “남편이 ‘내가 학교로 돌려 보내줄께’라고 농담도 하는 등 많은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더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해직

김윤주씨는 기자에게 오히려 “늦어도 5년 안에는 복직 안 되겠어요?”라며 낙관했다. 자신이 당한 일보다 용산참사, 미디어법,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보며 김씨는 “시대에 절망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난 1년 절망만 하지는 않았다. 10월에는 다른 해직교사들과 함께 일제고사 폐지와 해직교사 복직을 위한 ‘전국 대장정’을 마쳤다. 울산·부산·목포·광주 등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김씨는 “하루 종일 300여명 정도밖에 못 만나는 게 아쉬웠지만 나눠주는 전단지를 유심히 보고, 동네 학부모에게 전해주겠다며 한 장을 더 받아가는 학부모들이 있어 힘이 났다”라고 말했다.

그런 힘이 모인 때문일까, 11월16일 기쁜 소식도 들렸다. 지난 3월 일제고사를 거부하다 울산에서 해임된 조용식 교사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3개월 정직’으로 징계 수위가 낮아져 복직이 결정됐다. 다음 달에 선고 예정인 해임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 대한 기대도 한껏 높아졌다.

지난 3월 전교조는 해직 교사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교육청앞에서 철야농성을 이어가기도 했다.
1998년 첫 발령 이후 11년간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쳐왔지만, 김윤주씨는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6학년 4반 학생들에게 유난히 마음이 쓰인다. 김씨는 “학생들이 담임이 해임되는 걸 겪으면서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해직교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그라지는 것 보다 학생들한테 잊혀지는 것을 더 걱정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아들 딸 같은 학생들은 “감기 조심하세요” “선생님은 영원히 제 마음 속 선생님이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12월11일에는 ‘반모임’을 하기로 했다. 김씨는 “못 본 사이 또 훌쩍 커 있을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지금부터 벌써 설렌다”라고 말했다.

김윤주씨는 해직 기간을 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담금질 시간으로 삼았다. 김씨는 현재 성공회대 대학원에서 사회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김씨는 “복직하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겠다. 지금은 어쩌면 잠시 쉬는 시간일 뿐이다”이라고 말했다. 

기자명 장일호 온라인 뉴스팀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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