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의 눈물, 백 년의 침묵 우동선·박성진 외 6명 지음, 효형출판 펴냄 원래 경복궁 내 건물은 509동이었다. 하지만 지금 남은 건물은 40동뿐이다. 나머지 469동은 어디로 갔을까? 국내 건축학자 8명이 궁궐 ‘훼철(毁撤)의 역사’에 주목했다. 이제껏 근대 한국의 변형과 소실·왜곡에 관한 연구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회화나 도면으로 전해지는 최전성기의 모습에 집중하거나, 그 자료에 의거해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된 궁궐 복원 사업에만 관심을 둬왔다. 그 사이 나라의 운명과 궤를 같이한 우리 궁궐의 수난사는 조명받지 못했다. 저자들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조선의 궁궐이 어떻게 훼손돼 갔는지를 추적한다.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과 임금 침소인 회상전은 남산의 사찰 조계사(曹谿寺)로 팔려가 이토 히로부미를 기르는 데 봉사했다. 경복궁의 전각들은 일본계 사찰 시설물로 쓰이거나 일본 유력 인사 자택의 일부가 되고, 심지어는 일본인 상대 요정에 팔려가기도 했다. 평양 풍경궁 일대는 일제강점기 군사기지로 전락했고 창경궁은 벚나무가 심어진 종합 위락시설 ‘창경원’이 돼 행락객을 맞았다. 왜 굳이 궁궐의 슬픈 역사를 들여다봐야 할까. 저자들은 “우리가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왜 복원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옮김, 상상의숲 펴냄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종이를 쓸까? 한 해에 전 세계에서 소비하는 종이는 3억3500t. 단 하루 동안 세계인이 사용하는 종이를 생산하려면 120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필요하다. 저자는 유럽·러시아·중국·동남아시아·북미의 숲과 종이 생산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목격하고 쓴 ‘보고서’ 같은 이 책에서, 종이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에서 원시림 훼손과 정의의 상실, 폭력과 범죄가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더 많은 종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오래된 원시림이다. 정부는 원시림에 누가 사는지 조사도 하지 않고 제지회사에 숲의 사용 허가를 내줘 숲의 원주민이 큰 고통을 받는다. 인도네시아, 러시아 극동 지역, 캐나다, 핀란드, 브라질 등 숲이 있는 곳이면 세계 어디서든 원주민과 제지회사가 분쟁을 벌인다.

나무를 베어내는 것보다 더 지구를 망치는 것은 같은 수종으로만 ‘나무농장’을 만드는 일이다. 아카시아나무나 유칼리나무 등 제지회사가 선호하는 나무만 크는 땅에서는 생물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토질이 사막화된다. 저자는 재생 펄프 사용을 지금보다 최소 20% 이상 증가시켜야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가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다시 걷는 우리 강 신정일 지음, 창해 펴냄 걸어보면 알게 된다. 문화사학자이자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이사장인 저자가 낙동강 1300리와 영산강 350리 길을 찬찬히 걷고 기록을 남겼다. 그가 본 강은 ‘이익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고 오염됐지만 스스로 그 상처를 치유해온 놀라운 유기체이다. 

 

 

잠 못 이루는 밤 엘뤼네드 서머스브렘너 지음, 정연희 옮김, 시공사 펴냄 언뜻 의학서처럼 보이지만 역사서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잠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자세히 추적해 보여준다. ‘개인’의 등장, 자본주의의 발전, 도시 생활, 산업혁명과 같은 굵직한 역사적 맥락을 가져와 ‘불면의 문화사’를 풀어낸다.

 

 

멋진 신세계와 판도라의 상자 연세과학기술과사회연구포럼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과학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오래됐지만 여전히 논쟁적인 이 주제를, 과학을 ‘사회적’으로 고민하는 다양한 전공의 교수 14명이 함께 고민했다. 연세대에서 진행한 강의를 풀어 쓰고, 각 장에서 ‘생각해볼 문제’를 달아 청소년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카스 선스타인 지음, 박지우·송호창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이사들이 사이가 좋으면 기업의 수익은 형편없고, 논쟁하는 이사회가 최고의 수익을 올린다? 사회에서 ‘다른 목소리’와 ‘갈등’이 얼마나 생산적인 구실을 하는지 보여준다. 〈넛지〉의 공저자 카스 선스타인의 신작. 갈등을 ‘국론 분열’이라 부르며 금기시하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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