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의 역사-전화로 읽는 한국 문화사〉를 쓴 강준만 교수(전북대·신문방송학)와의 교신은 쉽지 않았다. 출판사에 그의 전화번호를 물었더니 휴대전화기는 없고 학교 전화번호만 있단다. ‘전화 문화사를 이야기하겠다는 학자가 전화기를 안 갖고 있다고?’

학교로 몇 번 신호를 보내봤지만 연신 불통. 할 수 없었다. 이메일로 질문지를 쏘고 기다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100분도 안 되어 회신이 왔다. “안녕하시죠? 전화에 대해 쓴 사람이 전화를 안 받는다? 면목 없습니다^^.”

이번 저작의 소재와 자신이 부조화하다는 것을 인정한 듯해, 전화 관련 책을 내게 된 동기가 더 궁금해졌다. 그의 답변은 명료했다. “알다시피 신문방송학 연구 의제에서는 신문·방송·인터넷 등 정보 미디어 중심의 편향성이 강하다. 그걸 보완하려고 삶의 현장에서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모든 사물과 행위까지 연구의 소재로 삼았다. 시위·전화·혈서·간판·현수막·유인물·유언비어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자동차·아파트·장례식·결혼식·종친회·향우회 등이 그것이다.”

이미 그는 몇 년 전부터 축구·바캉스·도박·성형·목욕 등의 역사와 의미를 헤집으며, 이번 〈전화의 역사…〉처럼 일상의 도구와 행위 등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분석해왔다. 그는 이 작업을 더 심층·확장할 예정이고, 이 일이 끝난 뒤에는 인터뷰 중심으로 새로운 사실을 발굴할 계획이다.

이번 집필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더 많은 사람의 동참을 유도하고 싶어 많은 부분을 문헌 중심으로 꾸민 거다”라고 그는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왜 휴대전화기를 갖지 않느냐”라고 묻고 싶었으나 묻지 않았다. 〈전화의 역사…〉에 그 대답이 짱짱히 들어 있으리라는 믿음에서였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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