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신화’가 깨진 지는 꽤 되었다.

신병 때 별명이 ‘우유 세 개’였다. 하루 한 개 보급되는 우유를 세 개로 늘려달라고 ‘소원 수리’에 썼다가 잠시나마 그리 불렸다. 군 생활이 아직 낯설고 서툴렀어도 비밀을 보장한다는 상급자의 확언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간 발설자가 화를 입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욕먹는 건 예사고 얻어터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우유 세 개 보급은 어리석은 청원이었다. 세상사의 거의 모든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어서다. 우유 또한 지나친 식음은 아니 마시는 것만 못하다. ‘완전식품 우유에 관한 치명적 진실’(이 책 띠지)이라는 표현 또한 지나치기는 마찬가지다. 달걀과 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신화는 깨진 지 좀 되지 않았나!


영국에서 ‘학교 우유 급식’ 정책의 시행은 영양 상태가 안 좋은 아이들의 건강 돌보기보다 우유 생산업자들에게 시장을 제공해야 할 경제적 필요성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하는데, 우리네 사정도 다를 바 없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이른바 ‘우유 파동’에서 아이들의 건강을 개선하자는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과잉 생산된 우유의 판로 개척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일 따름이다.

‘유제품이 골다공증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게 이 책이 전하는 주요 메시지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겸 과학 저술가인 티에리 수카르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유와 유제품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사회 통념을 뒤집는다. 먼저 유제품은 건강을 가져다주는 완전식품이 아니다. 예컨대 일본 오키나와 주민의 장수 비결인 오키나와식 식단에는 유제품이 없다.


요구르트에는 암 부르는 단백질 들어 있다?

그럼, 어떻게 우유가 완전식품이라고 믿게 되었을까? 프랑스 정부가 1950년 2월23일 인구 2만 이상 도시에서 살균 우유를 밀봉 용기에 담아서 팔도록 한 게 그 시초다. 여기에다 아이들의 입맛을 우유와 유제품에 길들이는 정책을 병행하기에 이른다. 1955년 1월1일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초등학교 우유 급식은 과일 주스로 하자는 제안을 무시하고 시행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우유뿐 아니라 설탕 또한 전국의 초등학생에게 골고루 나눠준다.

티에리 수카르는 칼슘 신화에도 일침을 놓는다. 우유 신화와 칼슘 신화는 골다공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칼슘은 뼈를 튼튼하게 한다. 우유에는 칼슘이 풍부하다. 따라서 우유와 유제품을 충분히 섭취하면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티에리 수카르는 이를 반박한다. “골다공증에 처방된 약이 골밀도를 높여주더라도 골절 위험은 거의 낮아지지 않으며, 골절 위험의 감소는 무엇보다도 골 파괴 과정을 초기에 지연시키는 것에 달려 있다.” 이와 관련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 전구체의 보유고가 한정되어 있다는 티에리 수카르의 가설은 탁견이 아닐 수 없다(이 책 121~135쪽).

우유의 효능을 둘러싼 논란은 수돗물 불소화 찬반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우유가 그 독성과 유해성은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장점은 은폐하는 캠페인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는 아이들을 생각했을 때, 그리고 골다공증과 그에 따른 골절의 예방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대중의 건강이 걸린 사안이다.” 프랑스 낙농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아카데미 두 곳이 공동 주최하는 회의 초대장 글에서 ‘우유’는 ‘불소’로, ‘골다공증과 그에 따른 골절의 예방’은 ‘충치와 기타 치과 질환의 예방’으로 바꾸어도 뜻이 잘 통한다.

그리고 ‘유당분해효소결핍증’이 오해에서 나온 용어라면, 버젓이 법조문에도 오른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은 오만함의 산물이다. 필자는 불소의 독성과 유해성을 부각시키는 시민운동 단체(수돗물불소화반대 국민연대) 회원으로서 수돗물불소화를 기정사실화하는 사업 명칭이 심히 유감스럽다. 그런데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암을 부른다는 단백질을 함유한 요구르트를 오랫동안 아침식사로 대용해왔으니, 이를 어찌 한담!

기자명 최성일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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