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유웨이(康有爲). 근대 중국의 사상가이자 무술변법의 주역인 그가 현실 변혁을 위해 발심(發心)한 계기가 있으니, 불교와의 만남이 그것이다. 인생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에서 불서를 보며 참선에 매진하던 그는 온갖 마(魔)에 시달리다가 어느 날 홀연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깨달음의 기쁨과 함께 그에게 찾아온 것은 중생의 고통을 온몸으로 아파하는 능력, 곧 자비심이었다. 이제 보살의 정신으로 무장한 그는 사회 변혁을 적극 꿈꾸게 된다.

캉유웨이만이 아니다. 그와 함께 혁명을 하고자 했던 탄쓰퉁(譚嗣同), 불교를 가지고 예술을 한 리수퉁(李叔同), 계몽 사상을 전개한 량치차오(梁啓超), 이 땅에 정토를 건설하려 인간 불교로의 개혁을 주장한 타이쉬(太虛) 등 중국 근대 사상가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교를 가지고 혼란한 시대와 대결했다. 그들에게 불교는 근대를 헤쳐가기 위한 삶의 기술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근대를 만난 불교가 전통에서 벗어나 입세(入世)의 사상으로 새롭게 돌출되는 모습을 그렸다. 서양의 충격이라는 외부 관점에서 근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작게는 한 사람 한 사람 내면에서 일어난 분노와 좌절, 기쁨과 희망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크게는 불교와 근대가 만나 펼치는 다양한 시대 양상을 그렸다. 사상가들의 평전 형식을 띠지만, 모아놓고 보면 한 시대의 크고 역동적인 사상사로 읽히는 이유이다.

저자는 중국 근대 사상의 넓은 지평에서 인물들의 삶을 유려하게 재구성했다. 그리고 그들의 삶과 사유의 서사를 펼쳐 보였다. 또 간결한 호흡의 문체로 인물들의 사소한 행적과 사상적 변화를 세심히 서술해 중국 근대의 모습을 단숨에 흡수하도록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원고가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는 놀라웠고, 책으로 만드는 과정은 뿌듯했다. 편집자로서 ‘근대 불교의 모습을 누가 이만큼 생생하게 잘 전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자부심까지 느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근대와 불교, 어쩌면 이 둘은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일지도 모른다. 이 이질감이 이 책을 ‘아까운 걸작’으로 만들었을지 모른다.

    

기자명 주승일 (그린비출판사 편집팀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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