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익(편집위원·환경재단 도요새 주간)친환경 마크가 붙은 가전제품이나 친환경 수도꼭지는 값이 비싸다. 그러나 전기요금이나 물 값 등 사용하는 동안의 에너지 비용을 감안하면 친환경 상품이 더 경제적인데도 소비자들은 이를 외면한다.
열흘 전 올해로 세 번째 열린 친환경상품전시회에 다녀왔다. 친환경 상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유기농 식품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만 해도 걸어서 다닐 만한 곳에 유기농산물 판매장이 셋이나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식품 코너에도 유기농·무공해 농산물이 즐비하다. 웰빙 바람을 타고 유기농산물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친숙해졌다. 하지만 주로 플라스틱이나 쇠로 만들어진 공산품에서 환경 친화적이라는 말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놀란 것은 품목의 다양함 때문이었다. 전기·전자 제품에서 가구류와 사무용 기기, 건축 자재, 심지어 수도꼭지, 세제, 화장지 등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현대 생활의 필수품은 거의 망라되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친환경 상품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을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던 나의 무지와 무관심이었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안다. 온난화의 주범이 이산화탄소이며 화석연료의 무절제한 사용 탓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 에너지 절약이 지구 온난화를 막는 길이라는 것도 웬만큼 안다. 그러나 나부터가 그렇듯이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냉장고는 1년 365일 돌아가야 하고, 기름값이 아무리 올라도 자가용 승용차의 편리성을 포기하지 못한다. 어느새 우리 현대인은 이산화탄소 배출 공장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 가정은 집집마다 20개 이상의 전기·전자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이 ‘전기 도둑’이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의 경우 하루 평균 시청 시간이 3시간이지만 전기 코드는 24시간 콘센트에 꽂혀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가정에서 1년간 버려지는 대기전력이 100만 ㎾에 이른다. 돈으로 따지면 5000억원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게으른 동물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번번이 전원 코드를 뺐다 꼈다 하는 불편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아무리 지구 온난화를 막는다는 명분을 대도 씨알이 먹힐 리 없다.

고맙게도 친환경 마크가 붙은 가전제품은 귀찮은 수고 없이도 전기 도둑을 확실하게 잡아준다. 친환경 수도꼭지는 쓸데없이 흘려보내는 물을 막고, 친환경 가구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원시림을 보존하는 데 기여한다. 그럼에도 친환경 상품으로 큰돈 벌었다는 기업을 보지 못했다.

“친환경 상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대폭 낮추자”

친환경 상품의 결정적 약점은 값이 비싸다는 것이다. 농산물의 경우는 나와 내 가족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주부들이 진열대 앞에서 망설이다가도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 결단을 내린다. 그렇지만 공산품을 살 때는 그러한 선택의 고민을 별로 하지 않는다. 전기요금이나 물 값 등 사용하는 동안의 에너지 비용을 감안하면 친환경 상품이 더 경제적인데도 그런 계산까지 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몇 시간 뒤 똥으로 배출되는 농산물과 달리 길게는 10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인데도 말이다.

나흘간의 전시회가 끝난 뒤 도대체 몇 명이나 다녀갔는지 궁금해서 친환경상품진흥원에 전화를 걸었다. 모두 1만8400명이 입장했단다. 일본의 친환경상품전시회에 15만명의 관람객이 넘친다는 것을 생각하면 환경에 대한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경제 원리란 게 소비가 많아지면 제품 가격도 낮아지는 법인데 친환경 상품의 소비가 따라주지 못하니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지난 7월 영국의 브라운 총리와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친환경 상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대폭 낮추자고 제안했다.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가 친환경 자동차보다 값이 싸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라는 이유였다.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인류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따진다면 지극히 당연한 논리이다. 그러나 이 역시 실천은 쉽지 않다. 참고로 이번 친환경상품전시회의 주제는 ‘STOP CO₂! 친환경이 경쟁력이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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