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의 원조는 방글라데시다. 1976년 유누스 교수가 주도해 설립한 ‘그라민뱅크’가 가난한 여성들에 대한 무담보·무보증을 시작한 것이 전 세계에 확산됐다. 다른 말로 ‘마이크로 크레디트’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이라 하고, 기존 금융과 비교해 ‘대안 금융’이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민간단체 주도로 소액금융이 시작됐다. 지난해부터는 휴면예금법에 따라 설치된 소액서민금융재단이 은행권 휴면예금을 재원 삼아 소액 대출을 시작했다. 미소금융재단은 이를 확대·개편한 것이다. 내년부터는 보건복지부의 희망키움뱅크 사업도 미소재단이 흡수해 운영한다. 미소재단은 휴면예금 7000억원 외에 재계와 금융권 기부를 통해 향후 10년간 2조원 이상 기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정부가 주도해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데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마땅히 나설 일이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신(新)관치’ 논란도 있다. 거대 자금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미소재단이 관료화·권력기관화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더 근본적인 쟁점은 ‘자선과 나눔’의 영역을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는 최근 블로그(wonsoon.com)에 올린 ‘미소재단 스토리’를 통해, 정부가 정치적 고려를 위해 관련 정책을 급조하면서 우려할 만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민간의 영역을 정부가 끌어가 생색을 내고자 하는 것이 미소재단의 본질”이다. 이에 따른 민간 단체의 위기감은 심각하다. 특히 정부가 현재 예고한 대로 미소재단을 특례기부단체로 지정하게 되면 민간단체로 가야 할 기부금이 미소재단으로 쏠리면서 민간단체 활동이 위축되거나 심지어 고사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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