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음의 생태학〉 저자 그레고리 베이트슨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는 유명 인류학자 부인 마거릿 미드와 함께 인류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생물학·인공두뇌학·정신의학·생태학 등 진정한 전공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남겼다. 〈마음의 생태학〉은 이런 베이트슨 사상의 집대성이라 할 만한 책이다.

대화 형태의 글, 에세이·논문·강의 등 그가 35년에 걸쳐 쓴 글을 한데 모은 이 방대한 책은 다루는 주제 또한 다양해서 인류학에서부터 인공두뇌학·정신분열증·진화이론까지 광범하다. 그러나 단순히 여러 분야의 글을 모아놓은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다.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재미난 관념으로 가득한 책이다. 이를테면, 맹인의 지팡이와 과학자의 현미경이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일부분인가 하는 문제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묻고, 동물의 높은 지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서커스 공연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일차 조건이라고 하는 등, 책에는 상식을 거스르는 주제가 가득하다.

이렇듯 현대 사상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인간·사회·우주를 연결하는 새로운 사고 방법을 제안하는 글들은, 그러나 가벼운 신과학 유의 접근이 아니라 상당히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편집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새롭지만 낯설고, 흥미롭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글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대구에 계시던 번역자를 몇 번씩 만나 의논하며 진행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처음의 낯섦과 어려움이 편집자의 기존 사고방식과 베이트슨이 제시하는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차이를 극복하고 이해한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출판 당시 판매율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베이트슨이 제시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초반 판매율이 그리 높지 않았지만,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찾는 독자가 꾸준히 나타나서 말이다.

기자명 박묘원 (책세상 편집 2팀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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