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 학습이란 학습의 목표·수단의 선택, 실행, 평가 등 전 과정을 자신이 주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익히면 당연히 지금 당장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고, 잘하면 평생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자기주도 학습은 사교육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특정 과목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기 나름의 목적의식과 계획을 가지고 학원의 도움을 받는다면 크게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배양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인 중학생 시절, 너무나 많은 학생이 거의 전 과목 학원을 뺑뺑 돌고 있다는 점이다. 학원에 다니면 학습의 계획·실행·평가 등을 모두 학원이 주도하므로, 이에 익숙해지면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공부 기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중학교 때는 학원에 다닌다 할지라도 아무리 많아야 동시에 두 과목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특히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 기간에 더 많은 학원을 다니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자기주도 학습에 필요한 핵심적인 공부 기술로 ‘복습 기술’과 ‘관리 기술’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영어 교육을 다룬 본란의 제5편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진도 나가는 것이 곧 공부하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교재는 이것저것 여러 권 보지만 한 권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습관에 젖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학습 완성도를 높이려면 능동적 복습을 통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무작정 복습을 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해내지 못한다. 어제 10쪽까지 공부하고 나서 오늘 11쪽부터 공부해야 하는데, 이와 아울러 어제 본 10쪽까지를 일일이 복습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무작정 복습하려다 보면 결국 며칠 못 가서 복습을 포기하게 된다.

복습 기술의 출발점은 ‘복습해야겠다’고 결정한 부분에 체크하고 실제로 적어도 3일 내에 체크된 부분을 복습하는 것이다. 이론 정리 부분이든 문제 부분이든 상관없이 ‘이 부분을 복습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를 자문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표시를 해둬야 한다. 나는 두 차례 입시(과학고 입시와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한 번 체크한 부분은 그 다음 날 1차 복습을 했고, 두 번 체크한 부분은 3~4일 뒤에 2차 복습까지 했으며, 세 번 체크한 부분은 일주일~열흘 뒤에 3차 복습까지 했다. 이런 체계적 복습법은 시험 범위가 좁은 중간·기말고사 대비에는 꼭 효과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넓은 범위를 대비해야 하는 입시 같은 상황에서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관리 기술의 출발점은 절대로 월간 계획을 세우지 않고 짧은 주기(특히 주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주간 계획이 월간 계획에 비해 생활리듬과 잘 맞고, 계획이 틀어졌을 때 수정하기도 용이하다. 일요일 저녁 정도를 기준으로 잡아 다이어리나 플래너에 검정색 펜으로 매주 주간 학습계획을 세우고, 매일매일 빨간색 펜으로 실제 수행 과정을 겹쳐 기록해보라. 학습 습관이 엉망이던 학생도 2개월 정도 꾸준히 하다보면(한두 번 고비가 있는데 이를 잘 넘기면) 학습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부쩍 는다.
 

 

주간 계획 세울 때 ‘노는 시간’도 계획하라

주의할 점은, 주간 계획을 세울 때 반드시 ‘노는 시간’도 계획에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최소한 얼마 정도 놀아야 하는지는 자기가 가장 잘 안다. 어떤 학생은 며칠 꾹 참고 공부만 하다가 하루 왕창 노는 게 좋은가 하면, 어떤 학생은 매일매일 일정 시간씩 놀아야 한다. 나의 경우는 후자에 가까웠다. 고교 시절 나는 한 과목을 50분 이상 공부하지 않으며, 한 과목 공부가 끝나면 반드시 휴식 내지 놀이시간을 가지고, 스트레스가 과중해지면 오락실에 가거나 운동을 하곤 했다. 반면 화장실도 안 가고 3~4시간씩 미동도 않는 친구도 있었다. 공부에 왕도란 없고, 자기 자신에게 맞는 공부 기술과 공부 스타일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게 중학교 때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방해하는 특목고 입시학원이 너무나 많다. 믿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게 내가 특목고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기자명 이범 (교육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