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의 제목을 뽑는 편집기자는 고민 좀 할 것 같다. 금주 이 난의 주인공이 ‘동업자를 긴장시키는 편집자’로 유명한 고경태 〈씨네21〉 편집장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겨레21〉에서 편집기자·편집장을 지낸 12년 8개월간, 펄떡펄떡 뛰는 표지·기사 제목과 신문광고 카피로 수많은 독자를 ‘낚아 올렸던’ 그가 자신의 편집 노하우를 공개한 첫 책 〈유혹하는 에디터〉를 내놓았다.

그의 지론대로라면 편집자는 만능이 되어야 한다. ‘저글링 하듯’ 문장을 갖고 놀며 까불 줄 아는 감각은 기본이다. 창조적 기획력을 갖춰야 하고, 글 쓰기에도 능통해야 한다. 그뿐인가. 취재기자, 나아가 편집장과 맞장뜰 수 있는 소신과 고집도 필수다.

책 곳곳에 박힌 에피소드는 자칭 ‘말치’라 처음 보면 순한 샌님 같기만 한 그가 실은 얼마나 ‘똘끼’ 충만한 캐릭터인지 새삼 환기시켜 준다. 한겨레 섹션인 ‘ESC’를 만들던 2년 전, 어떻게 창간호에 ‘제국주의 문화의 아이콘’이 등장할 수 있느냐는 사내 보수 여론에 맞서 슈퍼맨이 주인공인 만화를 지켜낸 그의 좌충우돌 분투기는 절로 배꼽을 쥐게 한다.

그가 뽑은 기사 제목이나 광고 카피가 너무 선정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책에는 이에 대한 그의 솔직한 반성문도 실려 있다. 단, 누가 뭐래도 ‘잡지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며, ‘아무 임팩트도 주지 못하는 지면을 꾸미느니 선정적인 게 낫다’는 것이 그의 편집 철학이다. 블로그로 촉발된 전 국민 편집자 시대, 누구나 참조할 만한 글 다루기 실용 백서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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