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태어날 때부터, 이란 식으로 말하자면, ‘배교자’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이란에서 모슬렘으로 태어났으나 ‘희망의 소리’라는 국제 크리스천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기독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05년 봄 한국에 입국해 그해 추석 경기도 동두천에서 열린 쿠르드 예배에 참석하며 신앙에 눈을 떴다. 이후 이라크 쿠르드인 A씨와 한국인 B씨의 지도로 성경을 공부하며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러다 그해 11월 이란인 C씨에게 해시시를 받아 피웠는데, 그는 그것이 마약의 일종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물론 모른다는 것이 면책사유가 될 리 없으므로 다음 날 한국 경찰은 그를 체포했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이어 그는 강제 퇴거 명령을 받고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었다.
이미 3년 9개월 동안 구금되어 있던 그는 강제 송환 위기에 처해 1개월째 단식 중이지만 과연 그와, 짧게는 2개월부터 길게는 2년까지 갇혀 있는 다른 장기 구금자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고국에 돌아갈 경우 박해 위험에 놓인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난민에 해당하며, 난민 강제 송환 금지는 모든 나라를 구속하는 기본적인 국제관습법이라지만 과연 우리나라가 이것을 받아들일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그의 면회 및 건강 상담을 진행했지만, 보호소 측이 접견을 허용치 않아 유리막을 사이에 두고 대화했다는데, 과연 이것도 건강 상담일까? 세 가지 다 아닐 것 같다.
쌍용 때도 그랬는데 이방인에겐 오죽하랴
어차피 쌍용 사태 때 자국민에게도 의사를 허용하지 않았던 우리가 이방인에게는 오죽하랴마는 그 많은 장로님은 이 믿음의 형제가 처한 위기 앞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09년 대한민국 인권상 후보자를 추천해달라는 메일이 왔다. 도대체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그냥 창을 닫았다. 얼마나 좋을까, 모든 희망도 이렇게 그냥 쉽게 닫히는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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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배짱으로 아이를 낳으란 말인가
무슨 배짱으로 아이를 낳으란 말인가
김현진 (에세이스트)
지금 한국은, 없이 사는 사람들이 돈 없이 애를 낳는다는 것 자체만으로 아이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처럼 죄스럽게 느껴지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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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명박 장로님께 드리는 편지
다시 이명박 장로님께 드리는 편지
김현진 (에세이스트)
내년 이맘때에도 장로님께 이런 편지를 쓰게 될까요. 그때는 이토록 비통한 마음으로, 이토록 쓰라린 마음으로 쓰지 않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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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는 진정 실용정부였다
MB 정부는 진정 실용정부였다
김현진 (에세이스트)
힘들면 참으라 하고 누가 반대하면 나쁜 놈이라 손가락질하고, 때리고 밟고, 게다가 이젠 돈까지 기백만원 단위로 뜯는다. 이게 어디 정부가 할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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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그리고 예쁜 계집애들의 지옥
장자연, 그리고 예쁜 계집애들의 지옥
김현진 (에세이스트)
힘센 아저씨들의 연대와 달리 우리 같은 계집애들은 고작해야 장자연처럼 후배를 돕는다거나, 지금의 나처럼 화내면서 울어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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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
김현진 (에세이스트)
나는 대중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어떤 지식인들을 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믿지 않는다는 그 대중의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운 어떤 점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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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이 그리 쉽게 올 리 있나
좋은 날이 그리 쉽게 올 리 있나
김현진 (에세이스트)
시국선언이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2009년 여름,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견적이 안 나와 일단 이것부터 생각한다. 울 일 많겠구나, 더 울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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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와 같은 종인가?
우리는 누구와 같은 종인가?
김현진 (에세이스트)
학살자는 언제나 학살당하는 쪽이 자신과 다른 종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콜린 윌슨의 말이 지금 이 좁디좁은 나라에서 100% 맞아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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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몫
살아남은 자의 몫
김현진 (에세이스트)
진짜 추모는 그토록 큰 별들의 시대에도 이뤄내지 못한 것들을 돌보는 것, 또 그들의 시대에 수없이 명멸해간 작은 별들을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