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순 여성민우회생협 이사장에 따르면, 도시 근교 농업의 발달은 최근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하다. 안전한 먹을거리와 정서적 안식처를 원하는 도시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지면서이다. 팔당은 반대다. 비록 지역적 특성 때문이라고는 하나, 생산자들이 앞장서서 친환경적 도시 근교 농업을 일구었다. 팔당 모델이 주목되는 이유다.

그러나 세계의 농민 앞에 ‘역발상의 힘’을 과시하려던 팔당의 꿈은 일찌감치 꺾일 위기에 처했다. 지난 9월8일, 경기도청 앞에는 일군의 농민이 몰려들었다. 마이크를 잡은 정상묵씨(팔당친환경생산자연합회장)는 “김문수 지사가 아시아 대륙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해놓고도 대회 개최지인 팔당 유역의 대규모 친환경 유기농 단지를 없애려는 4대강 개발에 찬성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팔당생명살림 등이 세계유기농대회 조직위원회에서 탈퇴할 방침임을 천명했다. 김문수 지사가 최근 도의회에서 “상수원 보호구역 팔당댐 안에 있는 농업은 아무리 친환경 농업이라 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옮겨져야 한다”라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셈이었다.

9월8일 경기도청 앞에서 팔당 농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로써 40여 민관 단체로 구성된 조직위 또한 혼란에 휩싸였다. 민간 측 최대 단체인 환경농업단체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조직위에 계속 참가할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당사자인 농민들이 농지를 잃고 거리에 나앉은 판에 유기농 대회를 연다는 건 국제 망신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팔당 농민들의 탈퇴와 무관하게 대회 준비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팔당 유기농가는 경기도 전체 유기농가의 0.5~1% 수준이다. 이들이 농지를 잃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유기농을 확산·보급하고자 하는 대회 취지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경기도청 관계자는 말했다. 하천 부지를 잃게 될 팔당 농민들에게 대신 제공할 농지 또한 확보돼 있다고 그는 밝혔다. 이에 대해 팔당 농민 노태환씨는 “유기농이 가능하게끔 땅을 가꾸는 데 5~6년이 걸린다. 옮겨서 농사를 지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은 유기농의 ‘농’자도 모르고 하는 얘기다”라고 반박했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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