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 기사는 지난 2007년 11월 작성된 기사입니다]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40%가 넘는다는 사실은 김경준씨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왜 김경준은 이명박 후보와 타협하지 않고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일까.

여기 김경준씨의 멘탈리티를 알 수 있는 자료가 하나 있다. 바로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가 1995년 직접 쓴 자서전 〈나는 언제나 한국인〉이다. 이 책에 동생 김경준씨에 관한 일화는 딱 두 번 등장한다. 그런데 모두 내용이 김경준씨의 독한 성격과 복수심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1970년대 초 미국의 외딴 중소도시에 살던 김경준씨 가족이 대도시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하던 때 이야기다. 김경준씨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이사에 대한 의견을 구하자 어린아이였던 경준씨는 큰 소리로 울며 이사 가면 안 된다고 외쳤다. 아버지가 이유를묻자 경준씨는 “아빠, 전 여기서 친구들에게 얼마나 놀림을 당했는지 몰라요. 말도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한다고 애들이 나를 바보라고 해요. 그놈들한테 당한 만큼 다 갚아주기 전에는 안 돼요”라고 말했다. 누나 에리카 김이 옮긴 표현이다. 이에 부모님은 경준이를 설득하면서 “이제부턴 절대로 울어서는 안 돼. 한국 남자는 절대로 울지 않아”라고 다그쳤다.

에리카 김에 따르면 ‘한국 남자는 울지 않는다’라는 가르침은 김경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날을 계기로 김경준은 눈에 띄게 달라졌고 자신을 놀려대던 아이들을 누르고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좀더 극적이다. 에리카 김씨가 코넬 대학교 2학년이었을 때 1학년 남자 후배가 파티 도중 에리카 김씨에게 강제로 키스를 했다. 봉변을 당한 김씨는 그날 큰 소리로 울고 또 울었다. 이 사건을 들은 경준씨는 “그 자식 내 손에 걸리기만 해봐. 가만 두지 않을 테니까”라며 별렀다고 한다.

김경준씨는 집요했다. 김씨는 1년 뒤 누나와 같은 코넬 대학에 진학했고 끝내 누나를 성희롱했던 남학생을 찾아내 다짜고짜 주먹질을 했다. 에리카 김의 표현에 따르면 그 2학년 남학생은 김씨에게 ‘넙치가 되도록’ 맞았다. 김씨는 “더 패주었어야 속이 풀릴 텐데. 내 책임이야. 하나밖에 없는 누나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게 말이나  돼?”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동생이 복수를 위해 코넬 대학에 진학한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 에리카 김씨는 김경준씨가 마치 오빠인 양 자신을 각별히 챙겼다고 썼다. ‘당한 만큼 갚아준다’ ‘누나를 건드린 남자는 끝까지 복수한다’ 에리카 김씨는 미담으로 소개한 사례지만 요즘 김씨의 행보를 보노라면 허술히 읽히지 않는 대목이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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