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방송에서 조금 ‘특별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명박 33.5%〉이회창 25.4%〉정동영 12.3%〉문국현 11.2%···. 순위는 여느 조사 결과와 같지만 지지율 수치가 달랐다. 최근 조사에서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던 이명박·이회창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8.1% 포인트로 줄었다. 범여권의 정동영·문국현 후보는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 중이다. 이 조사의 특징은 집 전화 대신 휴대전화로 조사를 했다는 점이다.

낮은 지지율 때문에 고심하던 후보들은 이 결과에 반색했다. 문국현 후보 측은 “일반 유선전화보다 휴대전화에 의한 여론조사 방법에 더 신뢰를 보낸다”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냈다. 기존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일어나던 참이어서 휴대전화 조사는 더욱 화제를 낳았다. 휴대전화 여론조사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화제가 된 휴대전화 조사는 모바일 리서치 전문 업체인 엠비존에서 실시했다. 엠비존의 허춘호 대표는 “집 전화의 전화번호부 등재율이 57.2%밖에 안 되며, 응답률이 15% 안팎인 집 전화로는 젊은 층이나 경제활동 인구의 여론을 수렴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실제 여론보다 더 보수적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일반 여론조사를 비판했다. 핸드폰 보급률이 95%에 이르고, 핸드폰 조사는 장소와 시간에 제약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가 밝힌 엠비존 모바일 조사의 응답률은 평균 40%다.

전문가들, “여론조사 아닌 응답자 풀 조사”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모바일 조사가 유선전화를 통한 조사보다 정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의 법 테두리에서, 또 기술적으로 순수한 모바일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여론조사의 성패는 대표성 있는 표본을 얼마나 잘 추출하느냐에 달렸다. 대다수 여론조사 기관은 각 지역 전화번호부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번호를 얻기 위해서 전화번호의 뒤쪽 네 자리를 임의로 만들어내는 ‘랜덤 디지털 다이얼링(RDD)’ 방식을 택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두 방법 모두 쓰기 어렵다. 전화번호부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서 합법적으로 전화번호를 구할 수 없고, 휴대전화 번호는 지역 구별이 안 되기 때문에 RDD 방식을 적용할 수도 없다.

엠비존은 RDD 방식을 원용하되, 실명 확인을 거친 회원들을 미리 지역별로 분류해놓고 샘플을 추출하는 방식을 썼다. 이렇게 선택된 이들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응답자들을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했다. 엠비존 허춘호 대표는 “전국 인구 분포비에 맞춘 100만명의 응답자 패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학적 표본 추출 방식으로 대표성 있는 표본을 추출하기 때문에 신뢰성에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11월6일 한농연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대선 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엠비존 조사는 모바일 여론조사라기보다는 응답자 풀 조사라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반 국민과 ‘등록 회원’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엠비존은 응답한 패널들에게 적립금 형태의 보상을 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실장은 “정치에 관심이 높은 자발적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이어스(편향성)가 클 수밖에 없다. 이들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정상 기준 데이터로 보기에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안철흥 기자 다른기사 보기 ah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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