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갖고 있는 자만이 권력을 장악하는가?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정보 제어권이 있는 자만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권력과 지식의 관계를 언급할 때 양자는 상생의 관계이고, 지식은 정치 권력을 구축하는 중요한 내적 원리라고 말했다. 의료 시스템, 교육 시스템, 공장관리 시스템은 모두 권력을 장악한 자가 지식을 이용해 관리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오늘날 정보는 흔히 지식으로 변장해 권력자와 함께 등장한다. 지하 방송국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은 정보를 전파함으로써 생성되는 여론으로 타이완 정치 권력의 영역에 직접 영향을 미치려 한다.
타이완 계엄 기간에 국민당은 대다수 정보 수송을 통제하고 있었다. 신문·잡지나 방송국은 엄밀한 감독 아래 정보 여과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계엄령 해제 후 타이완에서는 당의 정치 활동과 신문 발행에 대한 금지 조처가 해제되었으며, 인터넷과 지면 매체들은 정보의 개방화 시대를 맞이했다. 사람들이 반긴 이러한 ‘다원화’ 정보 시대는 사실 권력이 여전히 정보를 조종하는 것이었다.
정치 권력자의 정보 조종은 멈추지 않았다. 겉으로 볼 때 타이완 내 주요 매체의 자금은 정당에서 온 것 같지만, 이데올로기에서는 분명히 당파 간의 갈등이 선명했다. 예를 들어 ‘민중 TV’와 ‘중화 TV’를 보면서 많은 사람은 그것들이 민진당과 국민당의 대변인이라고 느낀다.
자본을 가진 권력자들은 정보에 대한 조종의 손길을 더욱더 깊숙이 뻗쳐가고 있다. 타이완에는 합법적인 등록을 거친 유선 TV 방송국이 몇 백 개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시청률을 올리고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여기자가 세찬 태풍 속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어요!” 하며 눈물을 흘리는 가식적인 화면이 방송되는가 하면, 정치인들이 서로 구타하면서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도 그대로 방영된다.
정치와 상업 권력이 조종하는 정보 올가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된 매체와 블로그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는 현대화한 기술력을 빌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으며, 주류 매체들이 소홀히 하고 있는 정보를 수집해 제공한다. 이와 같이 주류 매체 이외의 정보 경로가 있기에 우리가 함께하는 사회는 공평해질 것이고, 공민 주체의 사회가 형성될 것이다.
그러나 푸코의 생각은 이러한 관점과는 다르다. “지식 또는 정보를 장악한 자가 권력을 장악한다”라는 관점에서 보면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타이핑을 하는 사람은 그러지 못한 사람, 예를 들면 일반 건설 노동자나 환경미화원 같은 부류에 비해 언론이나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독립 매체나 일반에 유행되는 블로그 등은 주로 사회의 약자를 대변한다.
정보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시대가 왔다고 해도 정보를 장악한 자가 권력 욕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민주’ 사회이고 아무리 많은 네티즌과 블로그를 보유한 사회일지라도, 결국에는 권력을 위한 게임에 불과하다. 이러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푸코의 금언을 이행할 수밖에 없다. 즉 “권력에 빠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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