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쏟아지는 한겨울 밤이었다. 아내가 창문 밖에서 이용한 시인(41)을 불렀다. 밖에 나가보니 버려진 소파 위에 새끼 고양이 다섯 마리와 어미 고양이가 오종오종 모여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려고 한 발자국 다가가니 어미가 새끼들을 데리고 좁은 골목길로 총총 달아났다. 어두운 골목 끝에서 뒤돌아보는 12개의 눈동자 앞에서, 이 시인은 “전율 같은 걸 느꼈다”.
길고양이가 좋아진 이 시인은 매일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 1년 반 동안의 기록을 단행본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로 묶었다. 호랑이를 닮은 랑이, 카메라 렌즈를 혀로 닦아줄 정도로 애교 넘치는 희봉이, 겁 많은 깜냥이, 먹이 구애가 절절한 동냥이, 연립주택 근처에 사는 연립댁, 배고파 휴지를 씹어먹는 휴지냥이, 영화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를 닮은 슈렉냥이 등 이 시인이 동네에서 만나 친해진 수많은 길고양이의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다.
마냥 즐거운 이야기만 담은 것은 아니다. 이씨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다가 한 아저씨로부터 “당신 변태냐?”라는 소리도 들어보고, 집에서 키우던 아기 고양이를 버리고 오라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고양이를 꼭 부둥켜안고 나온 어린아이도 만난다. 로드 킬을 당한 꼭잡이와 노랑이의 모습도 책에 담겼다.
이 시인은 길고양이 때문에 웃고 울면서 그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한다. “길고양이들이 아니었으면,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소외받는 사람이 있듯이 도시 생태계에서도 차별받는 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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