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느낀다. 돼지는 원래 깨끗한 곳을 좋아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코로 땅을 파서 칡뿌리 따위를 캐 먹는 행동을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자꾸 뭔가를 물어뜯으려 한다는 사실을 모르면 배설물을 묻히고 옆 칸 돼지를 물어뜯는 돼지를 보고 더럽다거나 포악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다. 또 그런 이상행동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돼지의 이빨을 뽑고 꼬리를 잘라내는 행위를 ‘과학적 축산’이라 부르는 농업 교과서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지난 7월18일부터 매주 월요일·수요일 진행하는 동물사랑 시민학교 강의는 ‘동물 사랑’의 범위를 크게 넓힌다. ‘동물 생리와 응급처치’(최재용 대한수의사회 수의사), ‘동물과의 대화’(박민철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동물 사랑 1인 미디어 블로거가 되자’(블로거 리장)와 같은 실용 강좌에서부터, ‘동물 보호법령의 이해’(신만섭 수의과학검역원 동물보호과 동물복지계장), ‘지방자치와 동물보호’(서형원 과천시의원)와 같은 정책 강좌를 적절히 섞었다. 또 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 전중환 박사와 영국 동물복지협회(RSPCA) 관계자에게서 세계 동물 정책의 동향을 듣는 시간도 마련했다.
강의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동물 복지’에 관한 수업이다. ‘공장형 축산의 실태와 개선 방향’(박상표 국민건강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실험 동물 학대의 현황과 개선 방안’(박창길 생명체학대방지포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수업은 단순히 “개고기를 먹지 말자”라고 벌이는 복날 캠페인 수준을 넘었다. ‘왜 우리가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데에는 여러 학문 분야가 접목되었다. 지난 8월17일 우희종 교수(서울대·수의학과)는 ‘복잡계 현상’과 ‘프랙탈 구조’라는 과학 용어로 생명존중 사상을 설명했고, 9월27일에는 허남결 교수(동국대·윤리문화학과)가 철학의 틀로 육식 문화를 반성하는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8월24일 12회차 수업 ‘공장식 축산의 실태와 개선 방안’을 강의한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소·돼지·닭의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꼬집으면서 “그것이 현대 사회의 큰 문제점들을 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식량 위기와 전염병 위기가 바로 그것이라는 지적이다. 지구촌 곡물 생산량의 70%를 동물 사료로 쓰면서 애그플레이션을 야기했고, 닭과 돼지를 좁은 축사 안에 가둬 키우면서 조류독감과 신종 인플루엔자를 키웠다. 또 소에게 육골분 사료를 먹여 광우병을 발생하게 했다. “동물 복지 향상으로 인간 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라고 강의 결론이 나려는 찰나, 한 수강생이 손을 들어 이렇게 말했다. “생명존중이라는 게, 인간이 안전하게 살기 위해 동물을 도와준다는 의미를 뛰어넘었으면 좋겠어요.” 동물 사랑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동물사랑 시민학교 강의 일정:9월23일까지 매주 월·수요일 저녁 7~9시 ▲강의 장소:서울 동대문구민회관 3층 세미나실 ▲문의: 02-313-8886/www.animalschoo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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