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방영됐던 MB 정부의 야심작 ‘언론 장악 시즌1’이 종영했다. ‘시즌2’가 개막했지만 ‘시즌1’에 비해 흥행할 가능성은 낮다. 일찌감치 캐스팅 논란이 불거진 데다 대본의 완결성을 두고 평론가들의 혹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에 전편의 막장 드라마 성격까지 고스란히 답습한 점도 흥행 부진을 예고한다.

‘언론 장악 시즌2’는 YTN에서부터 시작됐다. ‘제작사’ MB 정부는 구본홍 전 사장 대신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배석규 YTN 전무를 주연배우(사장 직무대행)로 기용했다. 파격이었다. 그래서일까. 배석규 직무대행의 오버가 연일 계속된다. 멀쩡한 보도국장을 갑자기 교체하더니 보도국 취재기자 5명을 지역으로 ‘보복성’ 발령을 내고, 〈돌발영상〉팀 인사를 단행했다. 급기야 용역을 앞세워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해직자 6명의 회사 출입을 봉쇄하기에까지 이른다. 마치 막장 드라마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기세다.

‘시즌2’의 또 다른 주인공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다. 새로운 이사들로 구성된 ‘연출자’ 방문진은 MBC 보도 프로그램과 경영진에 불만을 쏟아내며 주연배우 엄기영 사장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주연배우 교체는 연출자의 권한이지만 문제는 이들의 주장이 대부분 MBC 선임자 노조나 보수 언론, 뉴라이트 등 보수 단체에서 제기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점이다. 엄기영 사장 교체에 부정 여론이 많은 것도 논란이다. ‘특정 제작사’의 입장을 고려한 무리한 교체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MBC 보도 프로그램과 경영진에 불만을 쏟아내며 교체를 시도한다. 위는 지난 8월13일 김우룡 방문진 신임 이사장(왼쪽)이 기자 간담회를 하는 모습.

YTN에 대한 2차 언론 탄압

‘시즌2’의 세 번째 주인공은 KBS다. KBS는 새로운 주연배우를 캐스팅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언론 장악 시즌1’의 핵심 주연으로 맹활약한 이병순 사장이 최근 내외부로부터 혹평을 받으며 하차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병순 사장은 ‘시즌2’에서도 주인공을 맡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내외부의 혹평과 함께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 지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단적인 예가 〈시사IN〉이 최근 실시한 매체신뢰도 조사다. 이 조사에서 KBS(29.9%)는 MBC(32.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는데, 2007년 같은 조사에서 KBS는 43.1%로 1위였다. 자신이 주연을 맡은 이후 KBS가 종합 순위에서 밀리면서 신뢰도도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이병순 사장이 ‘시즌2’에서 주연을 계속 맡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언론 장악 시즌2’의 흥행 참패는 ‘제작총괄’ 책임을 맡은 MB 정부 탓이 크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무리하게 ‘YTN 주연급 배우’로 기용해 논란을 자초하더니,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MBC 주인공’은 무리하게 하차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대본이라도 탄탄하면 모르겠는데 ‘시즌1’과 특별한 차별화 없이 그냥 막장 드라마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모양새다.

엄밀히 말해 MB 정부의 ‘언론 장악 시즌1’은 다소 흥행은 했을지 몰라도 실패라고 보는 게 옳다. 1년이 넘도록 방송사 장악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장악된’ 곳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주연배우만 바뀐 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YTN과, 나름 성공적으로 장악했다고 평가받았던 KBS의 최근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이는 ‘MBC 장악 시도’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언론 장악 시즌2’는 깃발을 올리지 말아야 했다.

기자명 민임동기 (PD저널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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