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한
흰 눈 내리는 날 몰운대에 가면…

희끗희끗한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흔들어놓을 그날은 언제일까. 그런데 첫눈이 오면 무얼 한담? 여행, 첫눈이 뿌려진 산야를 보러 가는 건 어떨까. 시인 블로거 달리(blog.naver.com/binkond)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앞산-뒷산 빨랫줄을 매고 사는 곳. 정선으로 간다. 10여 년 동안 나는 열 번 이상 정선을 찾았고, 열 번 이상 가슴이 아팠다. 돌투성이 비탈 밭에 성기게 세워놓은 옥수수 가리들, 낮은 지붕 사이로 저녁 연기를 피워 올리는 집들, 별어곡·자미원·예미·여량·화절령·몰운…. 들으면 들을수록 눈물겨운 이름들. 눈은 오다가 말고, 안개는 산중로에 걸쳐서 모든 풍경이 흐릿하다. 정선에서의 길이란 그 가파르고 에움진 고개와 굽이만으로 나그네의 따분하고 밋밋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어떤 길은 서럽고, 어떤 길은 부박하며, 어떤 길은 섬뜩하리만치 아름답다. 내내 궁궁을을(弓弓乙乙)한 길을 따라 몰운대(사진)에 도착한 건 한바탕 눈 떼가 지나간 뒤였다. 눈은 끊임없이 내리고 서슴없이 녹았다. 몰운대 벼랑길로 내려섰고, 막다른 절벽에 솟은 다 죽은 소나무가 소금강 물줄기를 굽어보는 풍경 앞에서 나는 이마를 스치는 바람 줄기를 선연하게 느꼈다. 눈앞에 희미한 산자락과 투명한 골짜기의 적막이 노곤하게 펼쳐진다. 과거 무수한 시인이 이곳을 다녀갔다. 버리고 싶은 시를 던져버리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므로…. 시인 박정대는 ‘세상의 끝’을 보러 몰운대에 갔었노라고 적었다. 하지만 그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세상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이었다. 정선에서 몰운대에 이르는 길은 뼝대(절벽) 사이로 난 급커브와 길의 고요함이 제대로 펼쳐진 천연한 공간이다. 시를 보여주듯, 고요함의 끝에서 몰운대는 벼랑을 보여준다. 시인 황동규에게 정선은 ‘숨겨논 꿈’이자 ‘뜨거운 시’였다. 그러나 시인들에게 가파르고 순결한 메타포였던 정선은 이제 ‘희미한 옛사랑’처럼 저물어가고 있다. 카지노와 관광단지가 들어서면서 정선이 간직했던 정신적 가치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뒤늦게 나는 정선에 남은 ‘겨우 존재하는 것’들에 그저 몇 줄 헐거운 문장과 시를 보탤 뿐이다. 이따금 중얼중얼 정선 아리랑 한 토막에 술잔을 기울이며…."


ⓒ시사IN 한향란
뼈 쪽쪽 빨아먹는 일석삼조 볼때기탕

어김없이 연말이 돌아왔다. 할 일이 떠오른다. 지인들에게 카드도 보내고, 송년회 술자리에도 끼어야 한다. 문제는 ‘몸이 견딜 수 있느냐’인데, 관건은 술의 양과 안주다. 몸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안주를 어떻게 선택할까. 음식 이야기를 주로 올리는 블로거 맛객(blog.daum.net/cartoonist)의 글을 엿보자.

‘연말이 되면 술자리 기사가 쏟아진다. 공복에는 술 마시지 말고, 안주는 단백질 성분의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래서 많고 많은 안주 중에 내가 선택한 메뉴는 식사와 안주, 속 풀이까지 가능한 ‘대구 볼때기탕’이다. 볼때기탕이라고 해서 대구 볼살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 대가리가 들어간다. 대구(大口)는 이름 그대로 아가리가 큰 생선이어서 그것만으로도 탕이 가능하다. 대가리를 해부하며 이 뼈 저 뼈를 빨아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살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쫄깃함이 있어 입맛이 더 고소하다. 코가 삐뚤어지기 전에 국물을 마시고, 대구 대가리와 데친 콩나물을 안주로 술을 마셔도 일품이다. 국물 맛도 술이 깰 만큼 시원하다. 자작하게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서 그것을 안주 삼아 입가심으로 맥주까지 마시면….’ 아무리 안주가 좋더라도 누구나 과음은 금물이다.


살짝 데워주면 뜨거워지는 강아지

추운 계절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인형이 있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귀를 축 늘어뜨린 ‘퍼피 인형’이다. 퍼피는 인체에 무해한 밀알을 특수 공법으로 가공해 만들었다. 활용 방법은 간단하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 정도 가열하기만 하면 된다. 일단 몸을 데우면 손난로처럼 2~4시간 동안 따뜻한 열을 낸다. 핫팩보다 포근하고, 손난로보다 정겹다는 것이 퍼피를 판매하는 얼리어답터의 주장이다. 퍼피는 스트레스 해소와 불면증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라벤더 향까지 풍겨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찬바람이 속속 파고드는 스키장, 스케이트장에 동행하면 애완견보다 더 귀여움을 받을 것 같다. 자료 제공· (주)얼리어답터(www.earlyadopter.co.kr)


ⓒ시사IN 한향란
조선 왕족 따라 타락죽을 먹어볼까

한겨울에는 평소보다 열량을 더 섭취해야 한다. 추위에 체온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다양한 영양 죽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 11월16일, 김호 교수(경인교대)가 대한의사학회 학술대회에서 재미있는 자료를 내놨다. 조선 왕실의 보양식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 김 교수에 따르면, 왕실에서는 보양식으로 ‘타락죽(駝酪粥)’을 가장 많이 먹었다. 타락죽은 쌀을 불려서 간 뒤, 거기에 우유를 부어 끓인 죽을 말한다. 얼핏 보면 이탈리아 음식 ‘리조토’와 비슷하게 보이는데, 타락죽은 원기를 돋우고 비위(脾胃)를 조화롭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선왕도고’도 왕실 보양식으로 자주 이용된 음식이다. 구선왕도고는 떡 또는 쌀과 붕어를 이용해 조리한 붕어찜의 일종인데, 비위를 보하고 원기를 회복할 때 찾는 음식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왕실에서는 전복죽·전복찜·굴죽을 보양식으로 자주 찾았고, 차도 보양식으로 애용했다. 차 중에는 인삼차가 인기였는데, 원기 회복과 기혈 보강에 도움이 되어서였다. 특이하게도 제주도 어린 말이 겨울 풀을 먹고 눈 똥을 우려서 만든 ‘마통차’를 마시기도 했는데, 이 차는 눈을 밝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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