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언론 〈프레시안〉 박인규 발행인의 편지를 보는 마음은 씁쓸하다. 〈프레시안〉은 한·미FTA에 비판하는 논조를 펼쳤는데, 어느 날 정부 광고가 뚝 끊겼다고 한다. 그러더니 타결을 앞두고서는 무려 10배 가까운 액수를 제시하면서 한·미 FTA를 찬성하는 광고를 실어달라고 했단다. 기사의 논조와 전혀 다른 의견 광고가 들어온 상황. 한 막내 기자는 “한·미 FTA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어떻게 찬성 광고를 실을 수 있느냐”라고 항의하면서 눈물까지 비쳤다고 한다. 〈프레시안〉은 한·미 FTA 찬성 광고를 거절했다. 발행인은 “기자들을 굶길 수는 있어도 울릴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내친김에 한 〈프레시안〉 기자의 블로그까지 들렀다. 그 기자는 ‘보수 언론과는 다른 대항 언론이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우울한 듯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습니다’ 했을 때 사람들이 잠깐 동안 이런 현실을 실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라고 썼다.

2005년 말, 황우석 사태로 인해 〈PD수첩〉이 홀로 돌팔매를 맞고 있을 때 〈프레시안〉은 젊은 과학도들 ‘브릭’과 함께 꿋꿋히 진실을 알려나갔다. 만약 그 〈프레시안〉이 없었다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지금 그 〈프레시안〉이 독자들에게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작지만 소신 있는 한 언론사가 어느 날 ‘문 닫습니다’고 했을 때, 광고가 언론을 순치시키는 현실을 그제서야 실감할 것인가? 후회는 언제나 늦게 오는 법인가? 행동에 나설 때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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