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요즘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며 적잖은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다. ‘설마’ 하는 일들이 현실이 되고, 집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장면들은 20여 년 전 그 살벌한 풍경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더 안쓰러운 사실은 이런 ‘불만(안)의 시대’가 단기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명상도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스트레스는 여러 질병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분노·피로·적개심·소외감·의기소침·불안 등을 야기한다. 그런 까닭에 건강 전문가들은 “빨리 벗어나든가, 벗어날 수 없으면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말한다. 유연하게 대처하라니, 도둑처럼 몰래 찾아오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방도가 있기는 한가. 한의사 고은광순씨는 명쾌하게 있다고 말한다. “몸에 관심을 갖고 마음에 긍정적인 심상을 심으면 얼마든지 (불만의 시대를) 건강하게 통과할 수 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 ‘비방’을 퍼뜨리려 그가 멍석을 깔았다. 명상 전문가 박미라씨와 6월24일부터 3주간(매주 수요일) 서울 공덕동 KB아카데미에서 ‘마인드 힐링 워크숍’을 연 것(자세한 정보는 cafe.naver.com/hanihealth를 참고하시라)이다.

첫 강좌에서 그는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각 개인의 자세에 따라 건강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암은 발암물질·방사선 노출 따위의 환경적 요인(92%)과 유전적 요인(7%) 탓에 발병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심리적 요인이다. 상실감·절망·소외·두려움·분노·긴장·적대감·낮은 자존감·억압 따위가 여타 암 발생 요인(환경적·유전적)을 ‘격발’한다는 것이다. 즉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예민해지고 그에 따라 면역력은 떨어진다. 그리고 혈액 속 과립구가 증가하면서 맥박 수가 증가하거나 공포심 따위가 늘어나 결국 암 같은 질병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분노가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소개하는 고은광순씨.
그 근거가 될 만한 연구 결과는 수두룩하다. 예컨대, 핀란드 연구진이 남녀 1만3301명을 5~9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사회적인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으로 죽을 확률이 3배나 높았다. 미국 듀크 대학 연구진이 65세 331명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사회적 지지를 못 받아 외로운 사람의 사망 위험률이 4배나 높았던 것이다. 캘리포니아 한 마을 주민 7000명을 비교 연구한 데이터에서는 사회적 관계도 없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궁암·유방암·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5배나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좋은 노래에 감동해도 큰 도움

그런데 그 과정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같은 양의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어떤 사람은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어떤 사람은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는 것이다. 실제로 1970년대 미국 일리노이 벨 전화회사가 해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 직장에 다니던 430명을 조사한 결과, 직원 대다수가 실직으로 심적 고통을 당했다. 개중에는 심장마비와 비만, 뇌졸중에 걸린 사람도 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3분의 1의 직원은 멀쩡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그들의 가정이 특별히 부유하거나 화목해서였을까. 조사 결과, 그게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게 모르게 터득한 덕이었다.

고은씨는 이제라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면  “마음속 미움이나 원한을 털어버리거나, 비난·비판하는 태도를 거두라”고 말한다. 자신을 ‘분노의 감옥’에서 해방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그러나 대다수 사람은 안타깝게도 자신의 분노에 직접 ‘물과 비료’를 주고 있다). 초월, 깨달음, 환희, 감동, 기쁨, 신적 체험·명상도 도움이 된다. 뜻깊은 예가 있다. 하버드 의대생들에게 테레사 수녀의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자 침 속의 면역 글로빈 수치가 월등히 늘어난 것이다. 좋은 노래와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거나, 새로운 진리를 깨닫거나, 엄청난 사랑에 빠져도 스트레스와 이별할 수 있다. ‘기적의 호르몬’ 다이도르핀(암을 치료하고 통증을 해소하는 엔도르핀의 4000배 효과를 나타냄)이 샘솟아 삶이 훨씬 더 유쾌해지는 덕이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스티븐 J. 울린 교수(정신과)는 〈뉴스위크〉(3월4일자)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위기와 스트레스, 곤경과 시련으로부터 더 빨리 벗어나는 일곱 가지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독립심(스트레스 요인에서 정신적·신체적으로 거리를 둔다), 원만한 대인 관계(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다), 통찰(자신의 강점이나 약점 등 난처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고 솔직하게 대답한다), 주도권(스스로 해결하려고 나선다), 도덕성·영성(확고한 가치관과 자긍심), 창의성(시련에 의미를 부여한다), 유머 감각(비극에서 희극적 요소를 찾는다).

어떤가.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방도가 보이는가. 시작이 반이다. 이 글을 읽었다면 벌써 반쯤 도망친 셈이다. 거기에 더해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보자. “비비디 바비디 부!”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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