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디어 클라우드
〈Dear Cloud〉

신인 5인조 밴드인 디어 클라우드의 데뷔 앨범은 여러 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여성 보컬 밴드를 만난 게 얼마 만이냐’가 첫 번째다. ‘이렇게 다채로운 연주를 들려주는 밴드를 만난 것은 또 언제더냐’가 두 번째다. ‘이렇게 자기 색깔이 분명한 음악과 사운드를 갖고 있는 실용음악과 출신 뮤지션들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가 세 번째다.
본인들은 내세우고 싶어하지 않지만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출신으로 구성된 디어 클라우드는 기본 연주력과 가창력, 그리고 자신의 음악 색깔에 대한 고민이 삼위일체를 이뤘을 때 얼마나 우수한 음악이 나올 수 있는지를 입증한다. 이은미의 열정과 이소라의 감성을 갖춘 나인의 보컬, 새로운 기타 히어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김용린의 기타 연주가 디어 클라우드의 사운드를 이끄는 쌍두마차다. 1990년대 이후 여성 디바들이 라디오헤드나 플라시보의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느낌이랄까. 새롭되 낯설지 않고, 익숙하되 뻔하지 않다. 원더걸스의 ‘Tell Me’ 말고는 들을 게 없다고 푸념하는 당신, 그러나 평론가들이나 듣는 음악은 딱 질색이라고 또 푸념하는 당신, 디어 클라우드의 음악을 들으시라. 이 앨범은 정말로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니까. ●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전시
이반 개인전
10월12일~11월20일
아르코 미술관
02-760-4602

지금은 명성이 적잖이 퇴색되었지만, 동숭동은 한때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의 거리였다. 이맘때 마로니에 공원은 마치 세월이 멈춘 듯했다. 이런 기억에 배경처럼 서 있는 건물이 있으니, 빨간색 벽돌로 지어진 아르코 예술극장과 아르코 미술관이 그곳이다.
각각 문예회관대극장과 미술회관으로 불렸던 이 건물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건축가 고 김수근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도 한다. 이곳 아르코 미술관에서 덕성여대 명예교수인 원로 작가 이반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반은 1987년부터 이른바 ‘비무장지대 예술문화운동(front DMZ)’을 전개해온 작가로 유명하다. ‘작가란 시대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오랫동안 현실과 사회 속에서 미술(가)의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해왔다.
1, 2층 전관에 걸쳐 대규모로 열리는 이 전시는 1970년대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예술 세계가 총망라되어 있다. 그는 1986년 이곳에서 개인전을 연 이후 한 번도 개인 전시회를 하지 않았다. 20여 년 만에 선보이는 전시답게 이 전시는 작가 이반의 에너지와 열정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경기도 안성 고삼저수지에 있는 그의 작업실은 오늘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
이준희 (월간 미술 기자)

 

 

 

 

 

 

 

 

 

 

 

 

 

연극
〈햄릿, Hamlet〉
11월6~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2280-4115


기나긴 세월 동안 수없이 많은 무대 위에서 반복되었던 질문,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렇게 끊임없이 묵직한 존재의 질문을 던져온 〈햄릿〉은 그 자체로 연극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간 시대별로 각기 다른 모습의 햄릿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햄릿 역사의 한 부분을 담당해온 국립극단이 이번에는 청바지를 입고 권총을 든 파격적인 햄릿을 선보인다.
지난해 〈오셀로, 베니스의 무어인〉에서 현대적이면서도 거칠고 강렬한 질감의 셰익스피어를 선보였던 독일의 차세대 연출가 다니엘 헤르초크가 연출을 맡아 더욱 관심을 모으는 무대. 치열한 오디션 끝에 국립극단의 중견 배우 서상원이 햄릿 역에 캐스팅되었고, 김재건·서희승·오영수·이상직 등 극단의 대표 배우들이 출연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은 작품의 ‘극 중 극’을 국립극단 예술감독인 오태석이 연출한다는 점. 한 작품 안에서 두 연출가의 연출 스타일을 동시에 비교해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늦가을 단풍으로 곱게 물든 남산을 내려오며 오랜만에 묵직한 질문과 마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하다. ●김주연 (객석 기자)


 

 

 

 

 

 

 

 

뮤지컬
샤인
11월2일~12월30일
사다리아트센터 세모극장
02-763-1355


엿장수로 호객 행위를 하는 거리의 광대 아빠, 그의 공연을 지켜보는 정신지체 장애 2급인 엄마. 방과 후 매일 아빠를 도와 공연을 하는 성탄이. 뮤지컬 〈샤인〉은 다큐멘터리 〈성탄이의 열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바탕으로 성탄이 가족이 걸어온 삶을 팩션으로 꾸몄다. 다큐멘터리가 성탄이를 중심에 두었다면 〈샤인〉에서는 성탄이의 가족, 특히 가수를 꿈꾸다가 거리의 광대가 된 아버지 박영종에게 초점을 맞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그 어느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픽션보다 실감나고 감동적이다. 〈샤인〉에서는 엄마 최혜연이 정신지체인이 된 것을 가족과 함께 있고픈 의지로 받아들이는 점이 흥미롭다. 비참한 현실을 거부함으로써 가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엄마는 성탄이가 눈물을 흘리자 잠시 정신을 차리고 위로의 노래를 부른다. 관객들을 훌쩍이게 만들었던 장면이다. 한 가족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가족사는 목표점이 희미한 상태에서 단순 사건의 나열로 진행된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극적 구성이지만, 건달·깡패·경찰 등 수십 가지 캐릭터로 변하는 멀티 맨을 등장시켜 자잘한 재미를 전함으로써 단조로움을 헤쳐나간다.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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