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장애(Tic disorder)와 투렛증후군(Tou rett’s syndrome)이라는 질환이 있다. 틱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해서 ‘킁킁·슛슛·아아 소리를 내거나(음성 틱), 머리를 끄덕이고 몸을 비틀고 코를 찡긋거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증상(동작 틱)을 말한다. 투렛증후군은 이 같은 틱 증상이 1년 이상 만성으로 진행되었을 때 부르는 병명이다. 발병 나이는 보통 5~7세, 주로 입학 초기나 학년이 바뀔 때 시작된다. 틱의 유병률은 초등학생의 10~15%이고, 투렛증후군은 그중 1% 정도에서 발생한다.  

아쉽게도 틱 장애는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을 모른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은 뇌의 신경화학적·기능적 불균형과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뒤섞여 발생한다는 것 정도이다. 발병 원인이 불확실하니 완치법도 없다. 최근에는 주로 약물 치료와 심리 치료 등으로 과도한 틱을 잠재운다. 물론 모든 환자가 다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악화되어 또 다른 후유증을 안고 사는 환자도 더러 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ADHD), 강박, 우울이 그것이다.

병세나 후유증이 제법 심각해 보이는데, 정작 이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별게 아니니까, 걱정 말라”고 말한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아예 대대적으로 틱 장애가 심각한 질환이 아님을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나섰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www.kacap.or.kr) 소속 의사들이 국립서울병원 소강당, 대구시민회관, 광주 서구 정신보건센터, 제주대병원 대강당 등 전국 60여 곳에서 〈우리 아이 틱, 괜찮을까요?〉 강좌를 여는 것이다(6월8~13일).

서천석 박사(위 가운데)는 “틱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틱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라고 말한다.

틱 장애아 따돌리면 강박·우울 등 후유증

정신없이 바쁜 의사들을 굳이 대중 앞에 서게 만든 ‘동력’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일반인의 ‘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다. “틱은 어린이 8명 중에서 1명꼴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다. 그런데 많은 교사가 아직 틱이 어떤 장애인지 자세히 모른다. 그 같은 사회적 무관심이 아이들의 틱과 투렛증후군을 더 악화시킨다”라고 서천석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는 말했다. 틱과 투렛증후군이 사회적 무관심과 오해로 더 악화한다니, 어인 일일까.

김수연 한국뚜렛병협회(cafe.daum.net/KoTSA) 회장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틱 장애 아이들이나 부모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타인의 시선과 말이다. 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대부분 틱 행위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런데 주변 사람이 나쁜 버릇이나 습관으로 오해해 야단치게 되면, 아이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틱은 더 강렬해진다.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친구들이 은따(은근히 따돌리는 것)를 하거나, 교사가 나무라면 아이는 영영 헤어나오기 어렵다”라고 김수연 회장은 말했다.

한국뚜렛병협회에서 펴낸 〈교사를 위한 틱/뚜렛 안내서〉에 실린 한 초등학생의 일기를 보면 틱 장애로 고생하는 아이의 불안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2008년 3월4일 화요일. 드디어 5학년이 되었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서 행복하지만 내가 틱에 걸렸다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나는 일곱 살 때 이 병에 걸렸다. 그래서 병원에도 자주 간다. 3학년 때는 병이 심해 애들이 놀리기도 하고, 학교만 가면 배하고 머리가 아파서 학교 가는 게 싫었다. 이제 5학년이 되었는데, 틱병이 좀 나아질지 걱정이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나의 병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우리나라의 많은 교사가 아직 틱에 대해 잘 모른다. 그 탓에 그 해에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투렛증후군에 걸린 학생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병수씨(21)도 초등학교 때부터 비슷한 상황을 반복해서 겪었다. 그 결과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결국 학업을 접고 말았다. 고1 때 같은 급우들이 학업에 방해가 된다며 담임교사에게 “병수를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내라”고 요구한 것이 치명타였다. 이후 병수씨는 드문드문 학교에 나갔고, 나중에는 대인기피증에 걸리고 말았다. 요즘도 병수씨는 음성 틱과 동작 틱을 반복해 앓고 있는데, 그 탓에 아예 집밖에 나가려 하지도 않는다. 

틱, 십중팔구 저절로 사라져

서천석 이사는 상태가 악화된 환자의 병력을 되짚어보면 “대부분 초기 대응을 잘못한 경우가 많다”라고 말한다. 틱은 십중팔구 가벼운 감기처럼 슬쩍 나타났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데, 그것을 나쁜 습관이나 장애로 여겨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거나 야단을 쳐서 상태가 더 심해진다는 말이다. 틱이 심해지면 병수씨처럼 대인기피증에 노출되고, 더 심해지면 아예 집 밖에 나가기를 꺼려 사회 적응 능력까지 떨어진다. 그 결과는 비참하다. 취업도 결혼도 못하고 부모 등에 얹혀 무기력한 일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틱과 투렛증후군의 정체를 알리려 하는 목적이 여기에 있다. 특정 질환을 알면 알수록 그 질환에 대한 이해심이 늘어나리라 믿는 것이다. “틱은 주변 사람들이 모른 체 넘어가 주기만 해도 상태가 호전된다”라고 김붕년 교수(서울대병원·소아정신과)는 말했다. 유한익 교수(서울아산병원·소아청소년정신과)도 “틱 장애는 사춘기를 지나며 완화되고, 성인기에는 대부분 사라진다”라며 지나친 걱정과 지적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참고로, 우리 주위에서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틱 증상 몇 가지를 소개한다. 눈 깜빡임, 안구 움직이기, 혀 내밀기, 침 뱉기, 머리 끄덕이기, 어깨 들썩이기, 몸 비틀기, 치아 부딪치기, 점프하기, 핥기, 얼굴 찡그리기, 입 벌리기 등(이상 운동 틱). 헛기침, 악 소리, 같은 말 반복하기, 같은 단어 반복하기, 말 더듬기, 콧김 불기, 킁킁·음음·슛슛  소리 내기, 욕하기, 가래 뱉는 소리, 코웃음 치기, 숨을 크게 들이마시기, 동물 소리 내기 등(이상 음성 틱).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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