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위세가 대단하긴 하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한국어판이 번역·출간되지도 않았고, 예약 주문을 먼저 받고 있을 뿐인데 ‘예약 판매 주문’만으로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랐다. 서점가에 따르면, 예약 판매로만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0년 이래 국내에서만 모두 1100만 부(한국어판)가 팔리고, 전세계에서 3억2000만 부 이상 읽힌 ‘슈퍼 베스트셀러’였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구매층 데이터를 살필 때, 해리 포터 시리즈를 청소년층이 좋아하기 때문에 부모가 대신 구입해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실제 구매층과 독자층이 다르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책과 비교해보면 역시 10대 주문량이 많은 편이다. 이들을 자녀로 두고 있는 30~40대 여성의 주문 비율(37.8%)도 높은 편이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소설은 역시 여성들이 많이 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주문 고객 가운데 67.6%가 여성이다.

최근 소설가 박완서씨의 〈친절한 복희씨〉와 소설가 김영하씨의 〈퀴즈쇼〉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다. 독자층은 어떻게 다를까? 장르(소설) 특성상 여성 독자가 남성 독자보다 훨씬 많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상대적으로 보면 김영하씨의 소설을 읽는 남성 비율(38%)이 박완서씨의 소설을 읽는 남성 비율(29.5%)보다 많다. 작가들의 연령차가 구매층에도 드러나는가. 박완서 소설의 핵심 독자층은 30대 여성(29.9%)이고, 김영하 소설의 핵심 독자층은 이보다 어린 20대 여성(30.6%)이다. 〈퀴즈쇼〉의 주인공은 ‘20대 남자 백수’인데 막상 20대 남성 구매 비율은 13.4%에 그쳤다.

〈88만원 세대〉는 인문 사회과학 서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책이다. 대선 토론회에서 ‘단골 용어’로 등장할 만큼 ‘지적 시민권’도 획득한 상태다. 저자들은 ‘이 책을 20대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는? 20대 남성이 핵심 독자층(24.7%)을 형성했다. 여기에 30대 남성들이 가세한 꼴이다. 20~30대 남성들이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더 ‘88만원 세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영속적 구조조정 문화’를 겪는 젊은 세대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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