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람씨 강의가 끝난 뒤 그녀의 제자 4명이 강단에 섰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학부모 청중을 대변해 “많은 부모가 이중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 인문학적 감수성과 용기를 갖춘 여러분처럼 자기 자녀들이 자라주기를 바라는 한편 입시 전쟁에서도 무사히 살아남기를 바란다”라며, 이들이 어려움을 극복한 비결을 물었다. 다음은 이에 대한 답변이다. 

허아람씨(왼쪽)와 인디고서원 청소년들이 하워드 진(앉은 이)을 만나고 있다.
이윤영(21, 대학생):내가 인디고에서 책을 쓴 것이 고3 때다. 대한민국 고3이 책을 쓰겠다니, 당연히 난리가 났다. 처음에 나를 아람샘한테 보낸 사람이 아버지였다. 내가 원래는 이렇게 말 잘하고 밝은 아이가 아니었다. 세상과 담 쌓고 인상만 북북 긋고 살았다. 책을 너무 사랑하던 아버지가, 이런 나를 보고 책이라도 읽혀야겠다 싶으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달라지니 아버지가 오히려 나를 말리셨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대화를 멈추지는 않았다. 지금은 아버지께 감사한다. 현실을 잊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셨으니까. 강의를 듣는 모든 부모님께 부탁드린다. “입시만 통과하고 나면 나머지는 대학 가서 다 해라” 하는 식의 말씀은 절대 하시지 말아달라. 지금 할 수 없는 일들은 나중에도 절대로 할 수 없다. 지금 진리를 탐구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도 그럴 것이고, 지금 자유를 얻지 못한다면 나중에도 얻지 못할 것이다. 
이정민(21, 대학생)
:나는 중3 때부터 영화에 빠졌다. DVD  사 모으느라 돈도 많이 깨졌다. 나도 고3 때 책을 쓰게 됐는데, 타인의 고통과 내가 어떤 끈으로 이어져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내 주제였다. 그때 활자뿐 아니라 영상도 강력한 소통수단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현재 대학에서 영상을 공부하는데, 당시 발견한 취미가 지금은 내가 공부하는 목적이 된 셈이다. 고교 시절 부모님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늘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굉장히 큰 힘이 됐다.  박용준(27, 인디고서원 프로젝트팀장):독서 교실에서 아람샘과 공부를 시작한 게 13년 전이다. 지금은 대학 졸업하고 인디고서원 스태프로 일하고 있다. 그간 많은 학생을 만나며 느낀 것이, 부모님이 원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입시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세상을 바로 보는 힘을 지닌 학생을 먼저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곧, 후자가 선결 조건이다. 책 읽고 사유하는 힘을 지닌 아이들이 입시도 수월하게 치러내는 것을 많이 보았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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