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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학교가 사교육을 금지하는 이유

김은남 기자 ken@sisain.co.kr 2009년 05월 20일 수요일 제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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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학교는 입학 때 학부모와 학생에게 “사교육을 받지 않겠다”라는 각서를 쓰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수광 전 교감은 무엇보다 사교육이 아이의 유기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학부모 대다수는 직선의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사교육을 통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고시 따위 패스해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식이다. 그렇지만 삶은 직선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타인의 삶과 부딪치고 꺾이면서, 때로 눈물도 흘려야 한다. 사교육은 이런 곡선의 사고를 방해한다. 사교육은 또 자기 주도성을 거세한다. “아이들이 혼자 문제를 풀고 있을 때 끼어들어 훈수를 두면, 그때부터 아이들은 문제를 풀다 말고 어른 훈수를 기다리게 된다”라고 이씨는 말했다. 이래서는 자기 주도성이 살아날 수 없다.

나아가 사교육은 지적 능력을 반감시킨다. 지식사회학자들이 제시하는 공식 중 하나가  ‘지식 생성력=지식량×심도×지속성’이다. 일반적인 한국 학생은 지식의 양이 풍부하다. 이를 200이라 해보자. 그러나 심도는 얕다. 지속성도 짧다. 기껏해야 1 또는 2 수준이다. 따라서 공식에 대입하면 지식 생성력은 400 수준(200×1×2)이 된다. 반면 지식의 양은 적지만(50), 심도가 깊고(5), 자기 스스로 습득해 지속성도 길 경우(5) 지식 생성력은 1250(50×5×5)이 된다. 이씨에 따르면, 이우학교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내는 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관계 맺고 공공하는 체험 또한 중시한다. 장애인 봉사를 하던 중 알게 된 장애인의 아픔에 공감해 관공서를 상대로 “문턱을 없애달라”는 민원 편지를 써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공부 못하는 급우를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것도 중요한 이우(以友)문화다. 이렇게 공공하는 과정에서 지식은 더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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