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굉음을 내며 거리를 활보하는 폭주족. 그들을 보면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 당신의 자녀가 폭주족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내 자녀와는 관계없는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폭주족 수가 적지 않다. 올해 초부터 지난 9월 말까지 전국에서 검거된 폭주족만 1700여 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701명이 형사입건되었다. ‘경찰의 폭주족 단속은 시늉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연합뉴스 남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폭주족이 되는 청소년이 너무 많다. 올 초부터 9월까지 검거된 폭주족만 1700여 명이나 된다.
어떤 아이들이 폭주족이 되고, 그들은 왜 질주하는 것일까.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오랫동안 그 해답을 찾아 연구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은 오는 11월20일(화) 폭주 청소년을 주제로 한 특수 상담사례 연구 발표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폭주 청소년에 대한 실태와 사례를 담은 보고서가 발표되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논의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여의도 한강 둔치에서 만난 폭주 청소년 130명과 실업계 고등학생 1120명을 비교 조사, 연구했다. 인문계 고등학교보다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폭주 청소년이 더 많은 경향이 있어 실업계 고등학생과 비교했다. 연구팀이 만난 폭주 청소년은 대부분 고등학생이었으나(73.1%), 중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중학교를 중퇴한 어린 청소년도 포함되어 있었다(8.1%).

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형제자매가 없고 짜릿한 걸 좋아하는 감각 추구형, 또래 동조 경향이 짙은 청소년일수록 폭주족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폭주 청소년과 실업계 고등학생을 비교 분석한 결과, 폭주 청소년은 실업계 고등학생에 비해 감각 추구 성향이 높고 또래 동조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동거 가족 중에 형제 또는 자매가 포함된 비율도 폭주 청소년이 실업계 고등학생보다 18.1%나 낮았다.

또 학교생활에 흥미가 없고,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청소년일수록 폭주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주 청소년과 실업계 고등학생을 비교한 결과, 학교 공부에 흥미가 없다고 응답한 폭주 청소년이(40.1%)이 실업계 고등학생(26.5%)보다 높았다. 교사와의 관계가 나쁘다고 응답한 실업계 청소년은 전체의 5.0%에 불과했으나 폭주 청소년의 경우는 20.6%에 달했다. 가정 경제 수준은 오히려 폭주 청소년이 좋은 편이었다. 폭주 청소년 10명 가운데 8명 이상(82.9%)이 가정 경제 수준이 중위권 이상이었고, 실업계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10명 중 7명꼴(71.7%)이었다.

 
가정 경제 수준과 상관없이 부모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고 기대만 요구할 때, 폭주 청소년들은 가정보다는 밖에서 출구를 찾는 경향을 보였다. 폭주 청소년(8.7%) 가운데는 가족이 아닌 이성이나 친구와 사는 경우가 실업계 고등학생(0.5%)보다 더 많았다. 또 폭주 청소년 2명 가운데 1명(55.8%)은 가출 경험이 있었다. 폭주 청소년은 아르바이트 경험도 더 많았다. 실업계 고등학생 가운데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학생은 10명 중 1명꼴(14.7%)이었는데, 폭주 청소년의 경우에는 10명 중 3명 이상(36.8%)이었다.

폭주 청소년 두 명 중 한 명은 가출 경험

10년 전부터 폭주 청소년을 상담해온 사회복지사 최은영씨(YMCA 쉼터 거리이동상담팀장)는 “가출의 원인을 살펴보면 가족 안에서의 갈등이 가장 많다. 남들이 보기에는 정상적인 가정인데, 부모가 아이에게 과도하게 기대하거나 또는 방임한 탓에 부모와 갈등하다 집을 나온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들은 자신을 이해하거나 지지해주지 않는 부모 대신 또래를 찾아 집을 뛰쳐나왔고, 또래와 어울리며 거리를 달리다 비행을 저지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폭주 청소년 2명 가운데 1명(47.4%)은 매주 또는 거의 매일 폭주를 하고 있다. 또 대다수 폭주 청소년은 오토바이를 타다가 교통사고를 경험했고(85.0%), 공공기물 파괴(28.1%)나 절도(25.7%) 따위 범죄 행위를 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폭주 청소년들도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이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폭주 청소년 10명 중 8명(80.5%)꼴로 폭주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답했다. 적지 않은 폭주 청소년이 폭주는 잘못된 행동이니 그만두거나(27.0%) 처벌받아 마땅하다(12.6%)고 응답했다.

그런데도 이들이 폭주를 멈추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이 폭주를 하는 이유는 속도와 스릴, 짜릿함을 맛보기 위함(73.9%)이다. 또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52.8%), 집에 있는 것이 짜증나서(44.7%), 선배나 친구들과 어울리려고(42.2%)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누빈다(표 참조). 한국청소년상담원 신효정 연구원은 “폭주 청소년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미래에 무엇이 되겠다는 꿈은 갖고 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진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비전이 없으니 그저 달리는 길밖에 없는 상태다”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폭주를 중단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이냐고 그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건전한 놀이 문화 공간 육성(41.2%), 친구의 권유(35.8%), 경찰의 강력한 단속(20.6%), 폭주 관련 강력한 법령(13.9%), 상담자 등 전문가의 도움(13.9%), 부모의 관심과 타이름(12.1%) 등을 꼽았다. 이 연구를 함께 했던 부산대학교 이동훈 교수(교육학)는 “폭주 청소년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지지 받지 못한 자기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탄다. 그들을 단속하거나 제재하기보다는 사회나 가정에서 관심을 갖고 그들이 건전하게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안은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 anjo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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