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서울 서초동 교대역 인근 연습실에 모인 직장인 오케스트라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 단원들.
세종문화회관에 있는 클래식 전문 음반점 ‘오퍼스 나인’을 운영하는 박신전 대표(36)는 목요일 밤이면 바이올리니스트로 변신한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건설회사에 재직하던 2003년부터 직장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tvo.or.kr)’에 들어가 바이올린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 시절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했지만 1998년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는 한동안 바이올린을 잡지 않았다. 큰 맘 먹고 직장인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후 그에게 오케스트라 활동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이기는, 주요한 취미가 되었다. 그 음악에 대한 열망이 결국 직업(음반점 창업)을 바꾸게 만들기도 했지만.

직장인 오케스트라에 들어온 지 5년째. 그는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에서 단장을 맡고 있다.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는 2001년 10월에 창단했다. 처음에는 서울 강남의 테헤란밸리 IT기업과 금융업체 직원들이 주로 가입했다. 그래서 이름이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가 되었다. IT기업 출신들이 많아서인지, 초창기에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단원들을 모집했다고 한다. 지금은 회원층이 다양하다. 현재 200여 명이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뿐만 아니라 교사, 변호사, 의사, 국내 거주 외국인 등 직업도 다양하다. 직장 위치도, 사는 곳도 다양하다. 이제는 개명(改名)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할 정도다.

“여럿이 함께 연주하는 쾌감 짜릿”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는 3개 오케스트라로 구성되어 있다. 관현악 오케스트라인 ‘심포니 오케스트라’,현 악 전문 ‘스트링 오케스트라’, 관악 전문 ‘윈드 오케스트라’. 각 오케스트라의 특성에 맞는 음악을 주로 연주하고, 매년 2회씩 총 6회 정기 연주회를 연다. 직장인 오케스트라인 만큼 주로 저녁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연습을 한다. 그도 서초동 교대역 인근에 있는 연습실로 목요일 밤마다 출근하다시피 한다. 두 시간 반 동안 합주를 한다.

직장인들이 만드는 오케스트라. 가입 조건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어느 정도 기본기는 갖고 있어야 ‘진도’를 따라갈 수 있다. 레슨 코스를 따로 운영하고 있지만, ‘생초보’가 따라가기에는 조금 어렵다. 내부 재교육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알맞다.

그는 요즘 바쁘다. 1년에 두 번씩 열리는 정기 연주회가 지난 11월10일 압구정동 장천아트홀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 브루흐의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망스〉, 드보르작의 교향곡 8번 G장조 등. 6개월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는 기회였다. 박 단장은 “1998년부터 직장 생활을 했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직장인 오케스트라에서 여럿이 함께 모여 음악 구조를 만들고 함께 연주하는 데 쾌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 음악을 좋아했고, 직장에 들어와서 일하다가 직장인 오케스트라를 하고, 내친김에 음반점까지 창업했던 그는 다시 원래 직장으로 돌아간다. 클래식 음반점으로는 꽤 잘 알려졌지만, 음반시장의 불황을 이기기는 어려웠다. 음반점은 11월에 정리한다. “음악이 좋아 시작한 일인데, 막상 일로서 하게 되니 음악을 더 즐기지 못하게 되네요”라며 그는 웃는다. 다시 건축업계로 돌아가지만 여전히 그는 목요일 밤마다 바이올리니스트로 변신할 것이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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