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중앙대 학생들은 박 총장의 성폭행 비호와 대선 캠프 참여를 비판하며 총장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요즘 언론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대학 총장이다. 총장직을 유지한 채 과감하게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로 투신,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맡는 등 학계와 정계를 넘나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정치권에 줄 댄 ‘폴리페서’의 대표 주자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그는 꿋꿋이 ‘투잡족’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고 있다.

그런 박범훈 총장이 학생과 교수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10월 23일, ‘박범훈 총장의 경솔한 정치 개입을 규탄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11월9일까지 박 총장의 진퇴에 관한 신임 투표를 실시했다. 13일 발표되는 투표 결과에 따라 불신임안이 교수협의회는 가결되면 교수협의회는 재단에 박 총장에 대한 해임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10월28일 중앙대 총학생회도 “대학은 ‘대선’과 ‘권력’의 아수라장이 아니다. 정치 참여를 바란다면 총장직을 버리고 평교수의 자리로 돌아가서 주력하라”고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11월5일, 박 총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재차 총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 총장은 ‘성폭행 비호’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7월 발생한 문예창작과 교수의 성폭행 사건(〈시사IN〉 10월30일자 보도)에 대해 학교 측이 성윤리위원회를 유야무야 종결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학생들은 성폭행 교수가 박 총장의 측근이라는 점을 이유로 그의 비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학내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11월 7일, 중앙대 측은 성폭행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지만, 징계 수위가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성폭행비상대책위 측은 “성폭행 교수와 박 총장의 관계가 각별한 만큼 여론 무마용 징계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비판 여론에 대해 박 총장의 태도는 단호하다. 언론 인터뷰엔 일절 응하지 않으면서 교수와 학생들에게는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총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한편으로는 하남시에 대규모 캠퍼스를 건립하기 위해 경기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과감한 행보도 보이고 있다.   박 총장이 이처럼 ‘꿋꿋한’ 모습을 지키는 까닭은 학내에서 그의 입지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중앙대 학생, 교수협의회가 ‘공식적’으로 박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과는 대조적으로 교수, 교직원 개인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박 총장의 개인사를 잘 알 만한 이들은 “대학 총장의 정치 참여에 부정적이다”라는 말 외엔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 교수는 “박 총장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는 모습 자체가 박 총장의 학내 위상을 방증한다. “역설적이지만, 최소한 정치인으로서 ‘조직 장악력’은 검증된 셈 아니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요직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

실제로 학내에서 박 총장의 입지는 막강하다. 지난 2005년 총장 선거에서 박 총장은 타 후보를 큰 표 차로 누르고 당선했다. 대학 구조상 소수파일 수밖에 없는 예술계열 교수가 타 계열 교수를 제치고 당선되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 일로 꼽힌다. 박 총장은 총장 취임 이전에도 재단 사무처장, 이사장 비서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다.     

총장 취임 후에는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러브콜’을 보냈다. 중앙대 출신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이재오 의원 등과 각별한 관계를 맺으며 ‘훗날’을 도모해왔다. 최근 중앙대가 이재오 의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려다 ‘대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보류하기도 했다. 

박 총장의 ‘정치 해바라기’ 성향을 엿볼 수 있는 예도 있다. 박 총장과 막역한 관계인 도올 김용옥씨는 지난 2003년 문화일보 기자로 활동할 당시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와 관련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국악의 달인인 내 친구 박범훈이 말하기를 중앙대는 서청원이 때문에 이회창을 밀었다가 ‘쌩피’를 좀 봤다고 했다. 노무현 정권처럼 개명한 민주정권 아래서 한 대학이 뭔 쌩피를 볼 일이 있겠냐마는, 이 말인즉 자기네가 밀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친구에게 그냥 재미있게 표현한 말인 것이다.”

도올의 표현처럼 중앙대가 지난 대선 이후 얼마나 ‘쌩피’를 봤는지는 불명확하다. 하지만 최근 박 총장의 행보를 보노라면, 지난번 대선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이번에는 ‘한 판’ 크게 도모하려는 것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박범훈 총장의 스승인 홍윤식 동국대 일본학연구소장은 〈시사IN〉과의 인터뷰를 거부하면서도 “박 총장이 정치보다 예술가로서 대성하기를 바란다”라는 당부를 전했다. 스승에 대한 예우가 깍듯하기로 유명한 박 총장이 홍 교수의 이런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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