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자료유능한 큐레이터로 승승장구하던 신정아씨(왼쪽)는 현재 뒤엉킨 ‘진실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
관가와 종교계로 논란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핵심적인 의문점에 대한 관심이 잊혀가고 있다. 이른바 ‘가짜 팩스’의 정체이다.

이미 예일 대학이 신정아씨의 학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한 만큼, 학위 논란은 공식적인 차원에서는 사실상 끝난 상태이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신씨의 학위 취득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물증 노릇을 해온, 예일 대학으로부터 날아든 가짜 팩스가 어떤 경로로 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속 시원히 밝혀진 바가 없다.

문제의 팩스는, 지난 2005년 9월 동국대가 예일 대학에 우편으로 확인 요청 공문을 보낸 뒤 10여 일 만에 도착했다. 당시 신씨가 미국에 있었다는 정황으로 미루어 신씨가 보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본인은 완강히 부인했다(57~61쪽 인터뷰 참조). 최근까지 동국대가 과연 우편을 발송했는지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9월 초 비로소 검찰의 조회를 통해 동국대가 발송한 공문이 예일 대학측에 접수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진전은 여기까지이다. 검찰이 확인했다는 예일 대학측 접수처와 접수자 신원에 대해서 예일 대학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동국대는 검찰이 확보한 우편 수령 내역서를 다시 보내고 조회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학위 브로커 개입되었을 가능성 있어

팩스가 온 경위가 중요한 까닭은, 동국대가 예일 대학에 우편 조회를 했다는 것을 파악해야 팩스를 보낸 쪽에서 대처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동국대 내부에서 협조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초기부터 나돈 이유이다.

실무를 맡았던 안 아무개 교수는 총장에게 학력 조회 과정을 직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부서 책임자는 궐석 상태였다. 그는 또한 팩스가 도착하자마자 그것을 총장에게 전달했다. 안 교수는 팩스를 전달한 이튿날 보직을 사임했다.

2005년 당시 검증이 더 세밀하게 진행되지 못한 이유는 또 있다. 신씨가 9월1일 임용된 후 이틀 만에 동국대에 사표를 내고 나온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신씨를 교원으로 두려는 홍 총장의 노력은 이례적일 정도였다.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채 신씨의 학력을 조회하라고 지시했다. 또 예일 대학으로부터 팩스가 온 뒤에는 휴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신씨가 다시 동국대에 복귀한 것은, 홍 총장의 거듭된 노력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홍 총장은 신설된 교양교육원으로 뒤늦게 신씨를 소속 전환시켰다. 당시 교양교육원장이었던 황종연 교수는 최근 “홍 총장이 신씨를 계속 교원으로 쓰고 싶다며 받아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고, 교양 과목을 강의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 신씨를 접촉했다”라고 경위를 밝혔다. 그것이 2005년 12월이다. 당시 신씨는, 9월에 제출한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 뒤늦게 휴직원을 소급해 제출했고, 이어 복직원을 내는 방식으로 임용 상태를 유지시켰다.

황 교수는 올해 초 교양교육원장 퇴임을 앞두고 이 문제를 아퀴짓기 위해 다시 신씨를 불렀다고 했다. 그는 신씨에게 “성적증명서를 제출해라. 그게 시간이 걸리면 당장 할 수 있는 것으로 지도교수의 서신이라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신씨는 지도교수 서신 제출에 대해 “체면이 깎이는 일”이라며 이행을 거부했다고 한다. 대신 졸업 논문 사본과 학위기 사본을 들고 왔다.

이번 인터뷰에서 신씨는 “임용 당시 2005년 가을 이미 동국대에 우표가 붙은 봉투로 성적증명서 원본을 제출했다. 동국대에서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나는 다 내고 당당히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 교수는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신씨가 자신에게 ‘사본으로 충분하지 않느냐’라고 했을 뿐, ‘이미 원본을 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국대 인사 실무자도 “대응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신씨 “누드는 사진작가의 합성 사진”

게다가 신씨는 이번 인터뷰에서 황 교수가 올해 초 ‘서류를 보니 아무 문제 없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사안을 밀착해서 들여다본 동국대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이 ‘학위 브로커’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상일 전 학사관리본부장은 “신씨가 알고 찾아갔든, 일정 부분 속았든 간에 학위 취득 과정에서 예일 대학 주변의 브로커에게 의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동국대 교수들은 재단의 해묵은 갈등과 계파 싸움이 원활한 의사 소통을 막았고, 결국은 게이트로 비화되도록 단초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며 개탄하고 있다. 이상일 전 학사관리본부장은 “지난 2월에 장윤 스님이 이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지만, 실무진들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사회나 다른 경로로 재차 확인을 요청했다면 일이 이렇게 번지도록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의혹 제기만 무성했을 뿐, 조사에 착수할 만한 지시나 물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기삼 총장까지 문제의 심각성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누드 사진의 전말에 대해서도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신씨는 이번 인터뷰에서 “2006년 한 전시회에 걸렸던 합성 사진”이라고 밝혔다. 신씨가 ‘그 일에 대해 자신과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언급한 기자와 9월14일 접촉했다. 해당 기자는 “(사진작가)황 아무개씨를 잘 알고, 신정아씨도 잘 알고, 셋이 함께 만난 적도 있다. 하지만 합성 사진과 관련한 얘기를 주고받은 기억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황씨의 작업 양태와 컨셉트, 장난기가 많은 성격 등에 비추어 개연성이 없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갤러리인 관계자는 “그 전시에서 문화일보에 보도된 사진이 올라갔다가 내려간 적은 없다. 전시에 누드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문화일보측은 “데이터가 아닌 프린트 형식의 사진으로, 합성사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 아무개씨는 현재 미국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 위 기자는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그 집에서 사진이 유출되었다면, 몹시 부적절하고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

기자명 노순동 기자 다른기사 보기 lazys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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