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8 유영학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은 국회에서 “세계보건기구가 인플루엔자 대유행 위험 단계를 상향 조정했으므로 돼지 인플루엔자 백신의 국내 생산을 적극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백신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하다. 벌써 개발 예산도 182억원씩이나 확보해놓았다. 그렇다면 이제 신종 플루 백신 개발은 시간문제일까.

전문가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특히 리처드 베서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소장대행이 그렇다. 그는 백신 제조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백신 제조 여부는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고, 특히나 대중이 다음번 (독감 예방주사 접종) 시기에 (H1N1) 백신을 맞아야 할지를 지금 결정할 필요는 분명히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떤 바이러스를 (백신 제조에) 사용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일과, 그 바이러스의 종균 배양, 그리고 백신 제조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백신 제조업체들과 의논하는 것이다….”

대량생산을 성급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미 신종 플루 백신 개발에 필요한 종자 균 배양을 시작했다. 만약 상황이 나빠져 미국이 신종 플루 백신을 개발하게 된다면, 4~6개월은 걸릴 전망이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중국 시장에서 ‘닭 상인’에게 조류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미국 정부가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신종 플루의 위력이 머지않아 소멸할지 모른다는 전망을 의식한 듯하다. 만약 수백만~수천만 명분의 백신을 만든 다음, 예측대로 신종 플루가 소멸하면 그 백신은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두 번째는 부작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유정란을 이용해 개발하는 기존 백신은 부작용이 잦은 편이다.

미국은 이미 떠올리기 싫은 경험을 했다. 1976년, 돼지독감이 유행하자 미국 정부는 긴급히 1억4000만 달러 예산을 들여 백신을 개발·생산한다. 그 덕에 미국인 4500만명이 돼지독감 백신을 접종한다. 문제는 몇 주 뒤에 나타났다. 일부 접종자들이 길렌바레이증후군(신경을 둘러싼 ‘수초’에 문제가 생기면서 마비가 오는 질환) 증세를 보인 것이다. 급히 치료에 나섰지만, 미국 정부는 추가로 9000만 달러를 쏟아부어야 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기술력만 놓고 보면,  백신 개발이 어렵지는 않다. 지난 3월 녹십자는 전남 화순에 연간 2500만명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백신 생산 공장을 완공했다. 그러나 미국 쪽 상황이나,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면 백신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없을 듯싶다. 만약 신종 플루 백신을 대량생산했다가 그 질병의 위세가 여름을 고비로 꺾이기라도 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보건 당국의 고민만 늘어나고 있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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